작년 6월의 어느 날이었다. 아내와 어머니께 회사 더 이상 못 다니겠다고 했다.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고, 수원고용센터를 찾아,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무거나 하겠다고 했다. 아내는 일단 일을 찾고 그만두라고 했고, 나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새 직장을 찾을 수 없다고 고집했다. 어머니께서는 아내와 상의해서 하라고 하셨다. 나는 동생 회사만 빼고 아무 데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아내의 말이 현실적으로 맞았다. 동생 회사 말고는 일할 데가 없었다. 요즘엔 이 나이에 내 경력으로 취업불가라는 현타가 온다. 그래도 아내가 당장 회사 그만두는 것을 불안해하니 일단 계속 다니기로 했다. 그날이 마지막 출근일 전날이었다.
이미 거기서 탈출하는 것 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는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일단 견뎌보기로 하고 출근한 날, 가뜩이나 일은 더 많고 복잡했고, 안 하던 일을 하게 되었다.
퇴근 후, 내일 출근을 위해 자고 나오기 위해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제는 다니던 회사뿐 아니라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스마트폰을 끄고, ATM에서 돈을 찾고, 수서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 해운대에 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책 읽고,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 다니는, 작가로 살기로 했다. 당장 글이 돈이 되지 않아도 글 쓰며 살기로 했다. 다만, 그 전제는 글 쓰는 삶 자체였다. 글 안 쓰고 놀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글을 안 쓰면 백수요, 글을 쓰면 작가다. 언제까지 집에 있을 것이냐는 무언의 압박과 눈총을 받는다. 나는 일 대신 글 쓰며 살고 싶지만, 나도 글이 돈이 될 때까지는 일도 같이 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안 된 것이다. 그렇다고 진짜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런데 거기도 인력풀이 많아 나를 오라는 데가 없다.
이제는 당장 글을 돈으로 바꾸는 연금술사가 되는 길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