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남녀공학 남녀각반이었다. 남자 반 다섯 반 중 한 반만 문과이고 나머지는 이과였다. 지금처럼 '문과여서 죄송합니다.' 문송까지는 아니었고, 진로와 전공의 문제였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남자 문과 반은 1반이었고, 2학년 3학년 2년을 반이 갈리지 않고 함께 했다.
고3 담임선생님께서는 반장은 신부님이 되고 나는 목사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셨다고. 대중가요 대신 찬송가를 흥얼거리며 길을 걸었고, 야간자율학습 때 성경 책 읽고 기도하고 공부했으니.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의 꿈은 목사님이 아니었다. 목사님은 안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자체가 나의 꿈이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소녀를 사랑하는 자체가 나의 꿈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특별한 꿈이 없었다.
꿈이라기보다 포항의 한동대에 가고 싶었다. 지금은 그때와 위상이 많이 다르지만, 그 당시는 기독교인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한동대는 '하나님의 대학'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기에 내 꿈이 소녀가 아니라 한동대 진학이었더라면 꿈을 이루었을 것이다. 재수할 때 한 번 더 도전을 했는데 간발의 차이로 떨어졌다.
고3 때 총신대 영어교육과에 붙었었는데 안 갔다. 그때 거기 가서 거기서 잘할걸 생각한 적이 있다. 후회라기보다 그랬더라면 조울증도 안 걸리고 방황도 안 하고 소녀도 금세 잊었겠지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