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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스캠에 당하는 이유

by 최다함


이혼 후 혼자 사는 50대 A가 페이스북으로 알게 되어 카카오톡을 주고받는 우크라이나 여성 B에게 1억을 송금하러 은행에 갔다. 김태희가 밭을 갈고 한가인이 소를 몬다는 우크라이나 여성 B씨가, 아마도 추측 건데 배 나온 오징어일 50대 한국어 남성 A씨에게, 오랜 전쟁에 노출되어 한국에 살고 싶다고,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만나고 싶다고 했다. 석유 사업 투자 수익이 있는데 전시 중이라 보관할 곳이 필요하다고, 대신 받아주면 보관료를 지불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금으로 1억을 송금해 달라고 했다. 아마도 추측 건데 100억 줄게 먼저 1억 다오 이랬을 것이다. 수상함을 느낀 신입사원 담당 직원이 의심스럽게 생각해서 경찰 출동하고 1억을 지켰다.


전형적인 로맨스스캠 수법이다. 로맨스스캠 계의 여왕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복무하는 미군 킴 카스트로인데 전역을 하고 한국에 와서 살고 싶어 한다. 킴 카스트로는 실존인물로 미군은 맞는데 사실 제일 큰 피해자다. 킴 카스트로 사칭범은 나이지리아 남자일 것이다.



2020년 4월이었다. 나에게는 아프간 주둔 미군 남성이 인스타그램 DM을 보냈고 카톡을 하자고 했다. 내가 미혼이었다면 중년 남성이 아니라 20대 여성이었을 것이다. 자기가 아프간에 주둔하는 US ARMY Major General인데, 모아둔 돈이 많은데 미국의 딸을 데리고 한국에 와서 투자하고 사업하고 살고 싶다고, 나한테도 투자하고 싶다고. 그때는 로맨스스캠이 뭔지 몰랐고, 사기라고는 1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이 사람에게 1원도 받을 생각이 없었고, 이 사람에게 투자를 받아 감당할 비즈니스 능력도 아이템도 없었다. 다만 자기가 내가 좋다고 내가 사는 동네에 와서 내 친구로 살겠다는데 말릴 수는 없었다. 스무 살 때 시작된 오랜 조울증으로 친구는 없지만 외롭지는 않다. 다만 지가 내가 사는 동네에 와서 살겠다는데 그건 내 일이 아니라 그 사람 일이라고 생각했다.


군대 제대 승인이 되었는데, 자기가 받을 돈을 내가 대신 받아달라고 했다. 나는 거절했다. 돈거래는 안 할뿐더러, 돈을 받아달라는 게 대신 수수료를 내달라고 하면서 시작되는 사기수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사기꾼이다 확신하고 아무 답을 하지 않는다.


내가 속지 않은 이유는, 첫째는 작은 돈도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는 게 내 경제관이고, 둘째는 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작은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 조건 없이 준다면야 모르지만, 대신 조금 내라는 것은 사기다. 사기가 아니더라도 그 작은 돈마저도 없고.


로맨스스캠에 속는 것은 처음에는 나에게 너무 친절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세상에 없는 연인처럼 친구처럼 다가온다. 나는 아내가 있고, 아내와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게 그놈이 DM으로 나에게 접근한 인스타에 보였기 때문에, 그년이 아닌 그놈으로 나에게 다가왔고, 사랑이 아닌 우정으로 다가왔다.


더 근원적인 이유는 로맨스스캠 범죄를 저지르는 국제 조직이 있다. 끊임없이 범죄를 시도한다. 그들이 접근하는 모든 대상자가 속는 것은 아니고, 그중 극히 소수가 걸린다. 그들을 잘 몰라 메신저로 대화를 한다고 해서 다 속는 것도 아니다. 그중 대부분도 중간에 이상하다 느껴 이탈한다. 그중에서 극히 소수가 속는다. 끊임없이 열심히(?) 사기의 씨앗을 뿌리는 조직과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간첩이 많은 것은, 북한이 열심히 간첩을 보내기 때문과 마찬가지다.


지금은 그게 수법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답변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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