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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핸들을 잡은 아들을 밀고 공원 산책

by 최다함


아들 요한이를 데리고 공원에 나갔다. 아직 덥지만 그래도 조금 선선해져 오래간만에 자전거를 태웠다. 자전거 타는 폼이 일품이고, 핸들링을 잘해 지가 가고 싶은 대로 가지만, 페달 위에 발을 올려둘 뿐 페달을 밟지는 못한다. 자전거라기보다 아빠인 내가 밀고 다니는 인력거에 가깝다. 방향은 대체로 아들이 정하고, 동력은 나의 인력에 의존한다. 아들의 운동능력을 보았을 때, 페달을 밟을 능력의 부재라기 보다도, 아빠가 밀어주니 페달질을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세 살 아들 요한이가 그렇다. 모든 것을 꼭 지 방식대로 해야 한다. 자기에 세계를 자기가 허락 안 했는데 내가 터치하면 뒤집어진다. 엘리베이터 1층과 우리 집 10층 버튼은 꼭 지가 눌러야 한다. 뽀로로 월드를 졸업하고 헬로카봇 세계에 입학했는데, 자기가 허락할 때를 제외하고 내고 도와준다고 손을 데면 뒤집어진다. 축구공이 담긴 바구니가 있는 자전거를 타고 놀이터에 가 미끄럼틀에 올라갔을 때 내가 공을 터치하거나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내가 공을 터치했다고 오판했을 때 뒤집어진다.


혼자서도 잘 놀 줄 알지만, 엄마 아빠 옆에 껌딱지로 붙어 있기를 원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엄마 아빠가 지 껌딱지로 옆에 붙어 있기를 원한다. 핸들은 지가 컨트롤해야 하지만, 엄마 아빠가 옆에 있어야 한다. 혼자 두면 한창 떼쓰다 혼자서도 잘 논다.



요한이가 자전거에 타 핸들을 잡고, 내가 밀대로 밀고, 집 앞 공원에 갔다. 잔디밭 옆 벤치에서 집에서 준비해 간 간식을 먹고, 잔디밭에 들어가 공을 찼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축구를 시켜야지 했는데 놀이터에 간다고. 축구를 잠깐 하고 놀이터 방향으로 틀었다.



놀이터에 갔는데 아들이 서 있을 뿐 들어오지 않는다. 두 다리 사이가 젖었다. 만져 보니 아직 똥은 나오지 않았다. 소변은 잘 가리지만 대변은 못 가리는 세 살 아들의 똥 싸는 포즈다. 서서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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