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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31. 2021

고갱님! 새 폰 줄게 헌 폰 다오!

어제 저녁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의 대부분은 스팸 전화이거나 보이스피싱이다. 스팸 방지 후후 어플 알림이 뜨지 않아서 받았다. 가끔 내가 모르는 번호이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던지는 낚시성 스팸이 아니라, 나에게 용무가 있어서 나를 콕 특정해서 건 전화일 때가 있다. 물론 보이스피싱 사기단 또한 내 이름과 전화번호와 생년월일을 알고 있다. 그 정도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도 아닌 세상이 되었다. 작년에 서울 중앙지검 수사관에게 전화가 한 번 왔다. 서울 중앙지검 검사나 수사관은 절대로 그런 식으로 연락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보이스 피싱이라고 확신을 했지만, 혹시나 몰라서 끝까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보았다. 서울 중앙지검 수사관은 검사님 바꾸어주고 금융감독원에 연결을 시켜 준다고 기다리라더니, 나에게 뜯어낼 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전화를 끊었다.


"최다함님 되시죠?"


내 이름을 알고 있었고, 검찰 등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도 아니었다.


"여기 8개월 전에 고객님께서 스마트폰 사신 KT 대리점인데요. 한 번 나와보셔야겠어요."


가입 8개월이 지나서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는지 확인하러 오라는 전화였다.


"혜택이 큰가요? 통신료를 저렴한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면, 다른 혜택은 필요 없는데요."


나는 24개월 약정으로 먼저 갤럭시 S20를 쓰고 있고, 아내는 나보다 조금 후에 24개월 약정으로 갤럭시 노트 20을 쓰기 시작하여, 우리 부부는 지금 통신료 개미지옥에 빠져 있다. 최소한으로 근검절약하여 생활하고 있음에도 부모님께서 주시는 용돈보다, 통신료 건강보험 교통비 등 공과금과 어도비 디자인 프로그램 매월 구독료와 기본적인 식자재 등 생활비 지출 예상이 초과하여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물론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내일 모래 바로 빠져나갈 지출만 남기고 일단 아내 통장에 다 넣어주고 필요하면 다시 받아서 썼다.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술술 빠져나가고, 아내 통장에 돈이 들어가면 돈이 빠져나오지 않고 모인다. 아내 통장으로 바로 모든 수익이 들어가지 않고, 내가 일단 받아서 아내에게 토스해주는 이유는,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공과금 등이 상당한데, 아내에게서 매번 타서 쓰거나, 아내의 통장에서 빠지게 하는 것보다, 내가 일단 받아 급한 불만 끄고 아내에게 전부 토스해주고 필요시 받아 쓰기 위해서이다 내 통장은 돈이 들어오면 바로 빠져나가 앵꼬가 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계좌로 어딘가 입금하는 것 외에 식당이나 병원에서 결제할 때는 아내 카드 가지고 다니면서 긁는다. 아내의 같은 계좌의 체크카드를 어쩌다 보니 두 개를 발급받게 되어, 하나는 아내가 쓰고 하나는 내가 쓴다. 간략하게 말해 모든 돈은 내 통장에 일단 입금되어 급한 지출 처리하고, 아내의 통장으로 전부 들어가고, 계좌에서 출금이 될 때는 아내에게 다시 받아 쓰고, 아내의 계좌 하나의 두 개의 체크카드가 있어 카드로 긁어 계산할 때는 아내 계좌에서 나가게 되어 있다. 


나는 어떤 면에서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신한은행과 카카오 뱅크 둘을 이용한다. 신한에 오늘 어디서 돈이 들어오고 다른 데서 돈이 빠져나가는데 내가 써야 할 돈이 필요하면 일부를 카카오에 미리 옮겨 둔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으니 신용카드 돌려 막기는 아니고, 체크카드 돌려 막기 신공을 쓰고 있다. 신용등급에 좋은 것은 아닌데, 피치 못할 때는 일주일 정도 한에서 출금이 지체되기도 한다. 급한 지출이 생겼는데, 며칠 안에 예정된 입금 예정이 있어 커버가 가능하면, 일일이 부모님과 아내에게 우는 소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달에는 수익보다 지출이 적지 않게 많게 예상이 되지만, 그동안 아내와 내가 최소한의 소비로 근검절약 해와서 통장 잔고로 매워 위기를 관리하고도 남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취직을 하게 되어 저축까지는 아니라도 생활비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게 되었다. 물론 이제 아이가 생기면 돈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열심히 돈 벌고 저축을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스마트폰 개통한 지 8개월이 되었다니 작년 봄이나 초여름에 갤럭시 S20를 샀었던 것 같다. 갤럭시 S10을 만족스럽게 쓰고 있어서 사실은 2년 약정이 끝나도 계속 쓰려고 했었는데 더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액정이 박살 났다. 그래서 겸사겸사 새 폰으로 바꾸었다. 폰을 개통한 강남역 대리점에서 내가 혜택의 대상이 되니 방문해 달라고 하였다. 나는 무슨 혜택인지 물었고, 큰 혜택이 아니면 필요 없다고 하였지만, 그쪽에서는 대리점에 나와야지 확인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다른 혜택은 전혀 필요 없고, 통신료 개미지옥에 빠져 있기 때문에 통신료만 줄일 수 있었으면 했다. 지원금과 할인을 많이 받는 대신, 고액의 통신료를 써서, 어느 정도 상쇄가 되어도,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지금보다 저가의 통신료로 내려가는 혜택만이 내게 원하는 혜택이었다. 전화한 직원이 그것도 대리점에 나와 보아야 확인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일부러 수원에서 강남역에 갔다 왔다.


지금 스마트폰으로는 통신료를 줄일 수 없고, 스마트폰을 바꾸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최신폰 갤럭시 S21로 바꾸면, 지금보다 4달 동안은 2만 원 이상 그 이후는 3만 원 이상 싸질 수 있다고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기기를 보상판매하는 대신에, 일단 위약금이 다음 달 통신료에 붙고 그 액수만큼을 내 통장에 다시 넣어주기로 했다. 그게 절차적으로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위약금 정도의 가격을 내 폰을 중고로 사주는 대가로 통장에 넣어주는 것이다. 또 24개월 약정인데 48개월 할부이다. 이번에 갤럭시 S21이 싸게 나온 것도 있지만, 48개월 할부라서 매달 내야 하는 통신료는 상당히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면 새 폰을 4년을 써야 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24개월이 지나면 같은 대리점에서 또 연락이 올 것이다. 여러 조건을 맞추어 주고 위약금을 지원금과 기기보상으로 퉁쳐 주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새 폰을 바꾸어 줄 것이다. 그렇게 스마트폰 대리점은 새로운 스마트폰을 밀어 내고, 고객을 지속적으로 자기 매장에 묶어 둘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요즘 폰은 잘 나와서 오래 두고 써도 되는데, 기회가 오면 부담스럽지 않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교환하는 것도 좋다. 목돈이 있다면 자급제 폰으로 기기값 한 번에 치르고 알뜰폰 통신사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돈을 아끼는 합리적인 방법인데, 이것은 목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방법이다. 통신사의 노예가 되어서 2년 이상을 고액의 통신료를 상납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폰 값으로 100만 원을 내고 살 목돈이 없기 때문에, 보통 사람에게는 자급제는 선택의 옵션이 아닌 것이다. 자급제가 몇 년 동안 고액의 통신료를 합친 것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몰라서 안 사는 게 아니라, 자급제로 살 돈이 없어서 안 사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어떤 이는 또 한 사람이 스마트폰 통신사 대리점에 눈탱이 맞았네 하고 쯧쯧쯧 할지도 모르나, 약정은 24개월이지만 48개월 할부가 되어 통신료가 상당히 저렴해 보이는 착시효과일지도 모르나, 어쨌든 결론은 나는 따끈따끈한 최신 프리미엄 폰을 얻으면서 통신료 요금을 상당히 줄여 부담을 줄이게 되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 폰 바꿀 때가 되면, 같은 대리점에서 같은 방법으로 비슷한 요금제로 맞추어 줄 것이다. 그리고 그때 즈음되면 우리 부부 경제적 형편이 그 정도는 부담스럽지 않을 괘도에 오를 것 같다.


호갱님 취급받은 것은 아니고, 고객과 호객 사이 고갱님 정도 대우를 받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지속적으로 다닐 수 있는 직장에 취업을 해서, 이제는 부담스럽지 않은 액수인데, 지금부터 길지 않은 얼마 동안은 2만 원 3만 원만 줄여도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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