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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01. 2021

누구랑 뽀뽀하고 왔어요?

아내의 질투

누구랑 뽀뽀하고 왔어요?

가끔 입술 옆에 여드름인지 뾰록지인지 뭐가 난다. 그때마다 아내는 밖에서 누구랑 뽀뽀하고 왔냐고 짓궂은 장난인지 귀여운 질투인지를 한다.


에미마! 세상에 오빠를 좋아하는 여자는 에미마 밖에 없어. 에미마한테만 오빠가 잘 생긴 거야. 그리고 오빠도 이제는 다른 여자는 싫어. 오빠는 세상에 오직 에미마 한 사람만 사랑해. 그러니까 오빠가 밖에서 다른 여자랑 뽀뽀할 걱정은 안 해도 돼.

세상에서 나를 사랑해준 유일한 여자가 에미마인  것은 맞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여자가 에미마인 것도 맞다. 앞으로도 오직 에미마만을 사랑할 것인지는, 나를 사랑하는 예쁘고 착한 여자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물론 내가 만약에 아내 에미마를 배신하고 다른 누군가에 눈깔이 돌아가면 천하의 개자식이다. 나중 일은 나중에 가봐야 알겠지만, 지금 내 눈에는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 에미마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끔 아내 에미마가 내 앞에서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하는 게 아니라, 손전화로 전화를 한다. 손을 전화기처럼 만들어 가지고 귀에 가져다 댄다.


남자 친구, 지금 어디 있어요? 지금 밖에서 만나자고요? 안 돼요. 지금 너무 늦었어요. 지금 수원역에 나오라고요? 자꾸 그렇게 이야기하면, 이제 전화하지 말아요. 이제 전화 안 할 거예요. 그럼 다시는 전화하지 말아요.


가끔 내가 스마트폰을 하느라 아내에 이야기를 안 들어주면, 아내는 옆집 아저씨 만나러 가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내가 화거나 아내가 화가 나서 서로 진정 좀 하자고 부모님 방에 가 있으면, 왜 거기 가 있냐고 왜 나를 외롭게 하냐고 카톡을 보낸다. 


우리도 2년이 좀 넘는 동안 각자 일이 있어 떨어져 있던 날 빼고, 함께 있었던 때 각방을 썼던 날이 딱 하루 있었다. 나는 아내가 나 때문에 화가 난 줄 알고 어머니 방에 가 있었고, 아내는 내가 아내한테 화가 난 지 알고 나부로 우리 방으로 오라고 했다. 아내는 내가 자기랑 같이 있고 싶어 하지 않다고 오해를 해서, 나를 우리 방 침대로 오라고 하고 본인은 옆방에 이불 깔고 잤다.


누구랑 뽀뽀하고 왔어요?

아내가 정색을 하고 이렇게 나에게 장난하고 놀릴 때, 나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세상에 날 사랑하는 여자가 에미마 밖에 없다고, 이제는 나도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에미마 밖에 없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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