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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31. 2021

우리도 가끔 싸운다

너희들은 안 싸우고 늘 사이좋게 지내서 보기 좋다.

네팔의 지인을 통하여 아내 에미마와 나를 소개해 주신 철원 둘째 고모가 하신 말씀이었다. 둘째 고모부가 사립학교에서 선생님을 하시다가, 명예퇴직을 하시고 철원으로 귀농하셔서 아로니아 오미자 농장을 하고 계신다. 나와 에미마가 일이 없이 한가할 때, 고모 부부 내외 분이 농사일로 아주 바쁘셔서 손길이 필요할 때, 일 년의 김장을 하는 어느 가을날에, 우리 부부는 일손을 돕기 위해 철원에 종종 갔다. 에미마가 부지런하고 착하고 꼼꼼히 일을 잘해서 우리가 갈 때마다 고모는 매우 만족해하셨고,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용돈을 챙겨 주셨다.


저희도 가끔 싸워요.

한동안은 나는 우리 부부는 안 싸운다고 주장했다. 내가 화가 나면 아내가 한 발자국 물러나 내가 진정이 될 때까지 자극을 하지 않고, 아내가 화가 나면 내가 한 발자국 물러나 기다려 주니까, 둘이 싸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이쪽에서 주먹을 한 대 날렸는데 저쪽에서 멀리 피하여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고, 저쪽에서 화가 나서 주먹을 한 대 휘두르면 이쪽에서 저만큼 떨어져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 그것을 싸움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서로 맞붙어 싸우지 않으니 싸움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싸우지 않고 화목하게 지내는 부부이지만, 우리도 가끔 소소하게 싸운다.


세상에 안 싸우는 부부가 어디 있어?

우리도 가끔 싸운다는 대답에 고모의 대답이었다. 오늘날 수많은 부부가 이혼을 하고, 이혼을 하지 않은 부부도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나 경제적 여건 등등의 이유로 마지못해 같이 살지만, 실질적으로는 남남이나 마찬가지인 쇼인도 부부도 많은 것 같다. 또 서로 아끼고 사랑해도, 평생을 때로는 좋았다가 때로는 전쟁처럼 싸우고 그렇게 살아가는 부부도 많다. 2018년 6월부터 카톡으로 연애하기 시작하여, 그해 9월에 처음 만나 약혼식을 하고, 그해 12월 결혼식을 했으니, 결혼한 지 2년이 조금 지났으니, 신혼이라면 신혼이고 아니라면 아니다. 물론, 신혼 때도 좋았지만, 지금이 더 좋다. 아내를 만나기 전 나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고 하루하루 버티며 살았지만, 아내를 만나고 난 후에는 하루하루가 날마다 더 좋아졌고, 아내를 만나 행복해진 것 외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아내를 만나고 내 상황의 변화를 보면 정말 눈부시게 달라졌다.


세상에 안 싸우는 부부도 어딘가 바늘구멍에 나귀가 들어가듯 가뭄에 콩 나듯 있을 수 있겠으나, 안 싸우고 사는 부부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서로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잃어버려 한 집에 살지만 남남처럼 하숙집 주인과 하숙생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더 이상 싸우지 않는 부부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정말 사이가 좋고 성격이 맞아 안 싸우고 사는 사람도 어디엔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다.


최수종과 하희라는 안 싸우고 사는지도 모르겠지만, 자기들이 안 싸운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객관적으로 보면 살다 보면 토닥토닥할지도 모르고, 최수종 하희라 정도면 안 싸우고 살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최수종처럼 매일매일을 이벤트로 만들어 주고 얼굴도 잘 생기고 돈도 잘 벌어다 주면, 아내가 전혀 화가 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부도 여러 가지 형편이 최수종과 하희라처럼 그나마 세상에서 완벽한 수준이면 싸움이 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할 것만 같은 커플들이 더 헤어지기 쉬운 것 같기도 하다. 송혜교 송중기 커플처럼 말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사랑하는 부모 형제와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항상 재미나지는 않다.


세상에 둘도 없는 정말 착하고 사랑스럽고 예쁘고 귀엽고 스마트하고 완벽한 아내도 가끔 나를 화나게 하기도 하고, 서로 알콩 달콩만 한 것은 아니고, 때론 티격태격 아웅다웅 이판사판일 때도 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보이에, 우리 부부가 스스로 생각 하기에도, 우리 부부는 세상의 커플 가운데 안 싸우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극소수의 커플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나에게 좋은 성품을 상속해 주셔서 그런 것도 있고, 세상에 나의 아내 에미마 같은 사람도 없다.


어떤 관점에서 싸움이라고 할 만큼 싸우고 살지 않는 우리 부부도 가끔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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