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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OHAN DADDY

허리 통증, 아들과 자전거 그리고 축구

by 최다함

쿠팡 물류센터는 365일 주야 없이 돌아간다. 나는 야간에는 출근하지 않는다. 야간에 나가면 돈은 벌지만 삶이 무너질 것 같아서. 정확히 주 5일 일하는데, 토일 근무하면 평일에 쉰다. 이번 주 토일은 근무한다. 대신 화수 쉰다.


토요일 출근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박스 포장을 했다. 오전 11시 즈음 허리가 끊어지게 아프기 시작했다. 날마다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런 날이 있다. 오늘로 두 번째다. 한번 통증이 시작되면 그날은 계속 아프다. 오늘 점심은 밥 대신 간편식 샌드위치와 초록매실을 먹었다. 간편식은 컵밥과 샌드위치가 격일로 나오는데, 컵밥은 가끔 먹는데 샌드위치는 처음이다. 밥이 중요한 게 아니라 허리 통증을 어떻게 해보는 게 중요했다. 샌드위치와 초록매실로 때우고 휴게실에 가서 바디프랜드에 누워 있었다. 허리 통증이 진정이 되었다. 퇴근 때까지 버텨 주지 못했지만. 2시 넘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연장을 하지 않고 정시퇴근을 했다.


통근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시내버스를 타고 동탄역에 가서, GTX를 갈아타고 구성역에 가서, 거기서 수원역으로 갈아타고, 수원역에서 버스 타고 집에 왔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허리 통증은 사라졌다. 하루 종일 서 있다가 신경을 건드렸는지 모른다. 한번 아프면 계속 아프다. 눕거나 앉으면 되지만 일상 속에 그게 쉽지 않다.


수원역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을 때 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들 요한이가 아빠랑 저녁 먹고 싶다고 기다린다고. 저녁을 먹고 요한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자전거 바구니에 축구공을 넣고 공원에 나갔다.



위험하니 내가 밀대를 붙잡고 가는데 요한이가 뒤를 돌아보며 지가 혼자 한다고 놓으라고 한다. 놓는 척하며 몰래 살짝 붙잡고 가는데 귀신 같이 안다. 공원에 나와 안전한 공간에서 놓았는데 바로 넘어져 얼굴에 상처가 났다. 안전모를 써도 사각지대가 있다. 많이 아픈가 보다. 내가 붙잡아 주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은 것 같다. 그렇다고 천천히 가는 것만은 아니다. 밀대를 밀고 내가 쌩쌩 뛰어다녀야 한다. 그렇게 넘어져 다치고도 신나게 자전거를 탄다. 대신 내가 붙잡고 뛴다. 아들도 경험적으로 내가 붙잡아 주어야 한다는 것까지는 납득을 했다.



잔디밭에 가서 축구를 했다. 사실 오늘은 자전거 타려고 나온 것은 아니다. 축구를 하려고 나왔다. 요한이는 손흥민 유니폼을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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