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기차 보여 줘."
"요한아, 스마트폰 안 보고, 장난감 놀고, 책 읽고, 잘 있으면, 이따 교회 끝나고 집에 가면 할머니께서 레고 보내주신데."
쿠팡 물류센터에 계약직으로 다니면서, 근무로 인해 격주로 교회에 빠진다. 주일예배 때 나는 유아실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목사님 설교를 들으며 아들 요한이를 본다. 기차와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요한이는 스마트폰으로 기차를 보여달라고 조른다. 사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레고는 이미 쿠팡 새벽배송으로 집에 와 있었다. 교회 오기 전에 요한이 눈에 안 띄었을 뿐이다. 아침에 보여주었으면 교회 데리고 나오는데 울고 불고 생난리가 났을 것이다.
며칠 전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는데. 그냥 생각이 나서. 요한이가 레고 좋아하는데. 세트 말고 새 레고 단품 하나 있으면 좋은데 했다. 어머니께서는 단품 말고 세트 골라서 쿠팡 링크 보내보라고 하셨다. 그 정도 사줄 돈이 없는 건 아닌데. 소비심리의 여유가 없다. 평소 없는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어서. 근본적으로 크리스마스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닌 날에 그냥 레고를 사주기에 마음이 가난하다. 어머니께서는 손자가 귀엽고, 열심히 살려는 아들 며느리를 보아서, 기꺼이 사 주셨다.
교회에서 점심을 먹고, 아내 에미마는 미용실에 가고, 요한이와 집에 들어와 레고를 풀어 주었다. 네 살 요한이는 신났다. 모든 스스로 하려는 요한이지만, 이제는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이라든 것을 알만큼 컸다. 아빠에게 만들어 달라고. 요한이에게 TV로 기차 유튜브를 틀어 주고, 나는 설명서를 보며 레고를 만들었다.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난 것 같다. 레고를 다 만들자 아내가 들어왔다.
매뉴얼 그대로 다 만들어 주었지만, 아들 요한이 성격상 다 부수고 새로 만들 것이다. 아직 스스로 레고를 만들 정신연령이 되지 못했지만. 이제는 매뉴얼 대로가 아닌 자기 스스로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
벌써 아들 요한이는 내가 매뉴얼 대로 만든 것을 많이 허물었고, 거기에다 자기 뜻대로 붙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