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 단둘이
오늘 시험관 이식을 했다. 네 살 아들 요한이가 외로울까 봐 동생 만들어 주려고 난임클리닉을 다니고 있다.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아내 에미마에게.
이번 주 다음 주 요한이 어린이집 방학이다. 어린이집은 방학을 해도 통합보육을 해서 보낼 수는 있다. 오늘은 요한이 안 보내고 산부인과에 같이 갔다. 아내가 시술을 받고 안정을 취하는 동안 요한이를 데리고 조울증 약 타러 정신과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요한이를 보신 주치의 선생님은 아들 예쁘게 잘 살고 있다고, 내가 잘 살고 있어서 좋다고 하셨다. 정신과 들려 약 타고 산부인과로 돌아오니 아내가 수술실에서 나왔다.
병원 앞에서 삼계탕을 먹었다. 아내를 집에다 데려다주고 미리 준비한 짐 챙겨 아들 때우고 논산 시골집을 향했다. 어머니가 요한이 방학 동안 요한이 봐주겠다고 하셨다. 요한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좋아해서 이번 주 논산에 보내기로 했다. 마침 오늘 내일이 휴무일이다. 오늘 요한이 데리고 갔다 나는 내일 오고, 토요일 월차 내고 데리러 갈 생각이었는데. 부모님이 일 보실 겸 일요일에 요한이를 데려다주시기로 했다.
올초 뽑은 투싼을 몰고 음악을 들으며 논산으로 향했다. 어제 일찍 잔 것은 아닌 데다, 오늘 일찍 일어나서, 잠이 모자라서 그런지. 운전하는데 졸렸다. 졸음은 물리치기 어려운 상대다. 요한이랑 둘이서만 가는 길이라 졸리면 멈추어 쉬고 갈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마땅히 쉴 휴게소나 쉼터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논산 오갈 때 주로 들리는 공주의 정안알밤휴게소에 와서야 쉴 수 있었다. 동전이 없는데 동전 뽑기를 해달라고 졸라서, 눈에 보이는 딸기 사달라고 조르는데 딸기가 아닌 탕후루라 사 줄 수 없어서, 달래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 주었다.
논산집에 도착해서 잠시 쉬다 요한이 데리고 블루베리를 따러 갔다. 우리 농장은 아니고, 부모님 아는 지인의 밭에 갔다. 블루베리를 따는 게 목적은 아니고, 블루베리를 좋아하는 요한이를 위한 체험이 목적이었다. 짧고 굵게 블루베리 수확을 재미있게 하고, 모기 잔뜩 물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밥 먹고 수박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