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이 되고 세 번째 급여일이다. 매달 같은 날 월급이 들어온다. 6시에 일어나 집을 나서 셔틀버스를 타면 회사에 7시 30분경 도착한다. 일은 8시에 시작하고, 급여는 7시 40분경 들어온다. 로비에서 입금을 확인하고 아내에게 토스한다. 급여일이 카드값과 자동차 할부가 나가는 날이라, 월급에서 까고 주거나 입금 후 큰 지출이 생기면 기분 문제라, 출근길 아직 급여가 들어오기 전 오늘 나가는 이달의 목돈 지출 청구서를 아내에게 보내 미리 받아둔다. 그리고 회사에 도착해 월급이 들어오면 아내에게 보낸다.
엘리베이터에서 이달이 계약직 첫 달로 보이는 사원이 자기 생의 최저 월급이라고 불평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데. 만근수당과 하루 40분 이내의 연장수당 등이 붙으면 실수령액이 4대 보험 세금 등이 빠지기 전 최저시급보다는 눈곱만큼 많은 기본급을 조금 넘는다.
많지 않은 급여지만. 이력서와 경력 없이 내 나이에 돈 벌 곳이 많지 않다. 있다면 인력사무소 노가다 잡부인데 거기까지 가기는 싫어서 여기 온 거다.
야간에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는데 건강을 잃겠지. 4살 요한이가 결혼하고 아이를 볼 때까지는 살아야 한다. 일용직일 때는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연장을 했는데 계약직이 되고 3개월이 된 지금까지는 종종 빼먹었다. 앞으로는 연장은 빼먹지 않으려 한다. 휴무일의 특근은 추석 명절 때 빼고는 생각 없다. 이번 추석 때는 추석 당일 빼고는 일 나가서 돈 벌어 늦가을 아내 생일 가족 여행비나 벌어볼 생각이다.
여전히 나의 꿈은 글 쓰고 여행 다니고 유튜브 하며 사는 것인데 이런 삶이 직업이면 작가다. 내 생에 그런 날이 올진 모르겠다. 그날이 올 때까지 쿠팡 물류센터에 기약 없이 나가며, 브런치에 글을 쓸 것이다. 누가 어디서 돈 더 줄 테니 와라 하면 작가로 돈을 벌기 전이라면 가겠지만 그런 일도 아마 없을 것이다. 로봇과 AI의 시대가 오면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밀려날 수도 있는데 그것도 아직 오지 않은 먼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