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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 나의 글쓰기를 아는 것보다 부담스러운 것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나의 글을 보는 것

by 최다함

2020년 10월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도전 10개월 만에 쾌거였다. 그리고 5년 차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본명으로 활동하다 한 달 전 동적으로 작가명을 바꾸었다. 다시 돌아오는데 딱 한 달이 걸렸다.


본명으로 활동해 왔고, 조울증 짝사랑 등등의 나의 흑역사를 오픈했다. 난 과거 흑역사를 오픈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지금 괜찮으면 묻어 두는 게 좋다. 작가로서 나의 글의 주제가 나 자신과 나의 흑역사라 쓸 뿐이다.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지만,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나는 나의 흑역사를 미래의 먹거리 자산으로 삼을 생각이어서. 또 과거 흑역사를 빼면 40대 중반에 내가 이룬 게 보잘것이 없다. 보잘것이 없다를 넘어서 공백이 있고 설명이 필요한다. 과거의 흑역사가 그 설명이 된다.


아는 사람이 내 글을 보는 것은 부담스럽다. 글 쓴다고 주변에 이야기를 했는데. 후회할 때가 있다. 내가 꿈꾸는 베스트셀러 스타 작가가 되면 다 알게 되겠지만, 나를 아는 사람이 서점에서 책으로 나를 만나는 것은 다르다. 아는 사람이 서점에서 책날개에서 나를 만나기 전, 나의 글쓰기가 노출이 되는 것은, 주변에서 내 앞에서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글 쓰는데 자기 검열 회로가 돌아간다.


물론 내가 일부러 입을 열어 나의 글쓰기 활동을 광고했던 것도 팩트다. 꿈은 입을 열어야 이루어진다고 하기에. 나는 책 읽고, 글 쓰고, 유튜브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글 쓰기 위해 돈 벌면 취미고, 돈 안 벌고 글 쓰면 백수고, 글 써서 돈 벌면 작가다. 글 쓰니까 작가지만, 그런 의미에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되는 게 꿈이다.


책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전 작가가 아닌 자연인 또는 생활인으로서 나의 글쓰기 활동이 알려지는 것은 부담스럽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다른 브런치 작가에 글에서 같은 생각을 읽은 적이 있다.


근데 아는 사람이 내 글을 읽는 것보다 담스러운 것은, 내가 모르는 금하지 않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내 브런치를 보고 구독 좋아요 댓글을 다는 경우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우연히 내 브런치 글을 읽는 경우보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브런치 작가인 경우가 개연성이 있다. 내 글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읽지 않기를 바란다고 바래지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내 글을 보는 것을 내가 몰랐으면 하는 그런 마음. 내가 모르면 괜찮다.


글 쓰는 사람은 악플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처럼. 열린 세계에 내 본명으로 프로필에 내 실사 걸고 글을 쓴다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내 글을 읽는 것에도 그런가 보다 초연해져야 하지는 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되기로 각성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그 주제에 대해 세상과 특정인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글 쓰지 않는다. 그냥 내가 쓸 수 있는 글감 중에서 재밌는 글감을 찾는다. 재미 감동 정보 그중에 제일은 재미라. 근데 내가 또 재미있는 재미 재미 재미과는 아니라 이런 게 나의 재미다.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지,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누구에게 메시지를 던지거나 글을 쓰지는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언젠가 글 써서 돈 벌고 밥 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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