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같은 학교 같은 동아리 친구였다. 우리 학교는 공립학교였는데, 학교 동아리에 기독교반이 있었다. 대개는 원래 집에서 교회 다니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독교반에 모였다. 일주일에 한 시간 특별활동 시간에 학교 교실에서 모이는 학교 동아리 기독교반과는 별도로, 우리들끼리 아무 때나 어디서나 모이는 사조직 찬양단을 조직했다. 찬양단 모두는 우리 학교 학생이었지만, 학교와 상관없는 우리들끼리 사조직이었다. 나와 소녀는 1학년 때부터 기독교반과 찬양단 멤버로 활동했지만, 그때까지는 소녀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다.
2학년이 되었고, 나는 기독교반 부회장이 되었고, 소녀는 회장이 되었다. 기독교반 임원단 활동을 하며 한 해 동안 우리는 학교에서 매일 같이 보았다. 우리 둘만 본 것은 아니고, 임원단이 함께 보았고, 소녀와 항상 함께 다니는 무리들이 있었다. 그렇게 짝사랑으로 끝난 나의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나에게 소녀는 첫사랑이었으나, 소녀에게 나는 사랑이 아니었으니, 짝사랑이었다. 이전에도 이성에게 설렘을 느낀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 감정과 이 감정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그러한 감정이 대개 그렇듯 세월이 흘러간 후에야 비로소 그때가 첫사랑인 줄 깨달았다. 지금은 카카오톡이 있었지만, 그때는 손편지를 주고받았다. 아직 고백을 하기 전이었고, 소녀를 향한 나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으니, 연애편지가 아닌 기독교반 회장 부회장 간의 서신교환이었다.
학교 앞에 바로 우리 집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소나기가 내리면 청소시간 땡땡이를 치고 집으로 달려가 우산을 가져다 소녀에게 가져다주었다. 동아리 모임을 학교 앞 교회에서 했는데, 소녀에게 빌려 준 우산이 교회 구석에 던져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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