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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 갔고 퇴사를 했다

by 최다함

스무 살 조울증에 걸렸다. 13년 반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영어 강사를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조울증이 재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 에미마와 결혼했고, 아들 요한이가 생겼고, 조울증을 극복했다. 약 끊고 완치되었다는 의미는 아니고 꾸준히 병원에 다니고 약 먹으며 기분을 조절하며 별일 없이 산다.


동생이 혼자 사업을 하다 회사를 스타트업으로 키우며 나를 불렀다. 작가가 되기로 했지만, 작가가 되지도 못했고, 의미 있는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지도 않았고, 특별한 직업도 없었다. 지금은 어쨌든 무슨 일이라도 하며 돈을 벌 생각을 하지만, 스무 살에 걸려 중간중간 직장도 아니고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뭘 해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꼭 무엇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지는 않았다. 항상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괜찮지도 않았기에, 사회생활에 단절이 있어 의무적으로 구직활동은 했지만 그렇게 간절하지는 않았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도 있었고. 그렇다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동생이 불렀고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괜찮을 때도 있었고, 안 괜찮을 때도 있었다. 동생 회사에 나가고 2년 반이 되었을 때 더 이상 회사에 다닐 수가 없었다. 내 문제였다. 내가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많지는 않지만, 동생 회사만 아니면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생이 날 위해 날 부른 것은 아는데 번아웃이 되었고 조울증이 재발한 것은 아닌데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아내 에미마에게 더 이상 회사 못 다니겠다고 퇴사하고 바로 다른 회사 알아보겠다 하니 아내는 일단 다른 회사 구하고 그만두라고 했다. 아내의 말이 맞았는데 나도 그렇게까지 말한 것은 참고 참다 이미 한계를 넘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면 내 길을 찾을 때까지 다른 길이 열릴 때까지 다니던 회사 다녔을 것이다. 그때는 그게 힘들었다. 아내의 말이 일리가 있어 계속 다니자 하고 다음날 회사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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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렸고, 사랑 때문에 조울증을 극복했고, 사랑 에세이를 쓴다. 아내 에미마를 만났고, 아들 요한이의 아빠다. 쿠팡 물류센터에 나가며, 작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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