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여신 루나 II

by 최다함


달빛이 내리던 밤

내가 빡친 밤

나는 문을 빡 차고 나와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깜빡 졸던 찰나

테슬라도 아닌 나의 투싼이

졸음운전은 불가하다며

현대차 정의선 회장님도

남양연구소 연구진도 모르는

기본 설계와 사양 그리고 옵션에도 없는

'달빛소나타' 내비가 작동하며

완전자율주행 모드로 들어갑디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깊은 산속으로 나를 달고 올라갑디다


달빛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들의 칵테일 파티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맞은 돈벼락

삼분의 일을 헐어 입장권을 샀습니다

달의 여신 루나님 그대가 내 곁에 앉았고

우리는 칵테일 세 잔을 마셨습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공유하는 그날의 전말입니다


미쳐버린 나의 애마 투싼의 광기 어린 완전자율주행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거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다만 이 완전자율운전 모드를 구동하는 '달빛소나타' 내비를 종료하면

달의 여신 루나님 그대가 있는 깊은 산속 칵테일 파티로 가는 길을

영원히 잃어버리고 만다는 그 사실을 나는 압니다

아직 광기의 완전자율주행과 '달빛소나타' 내비가 살아있는 지금

다시 산으로 올라갈지 말지

갈팡질팡 이파리 하나를 뜯고

다시 하나를 뜯습니다


내가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파티 입장권 가격에는

딱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내가 제우스가 되는 신비와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요

마침 돈벼락을 맞아 그 삼분의 일을 헐어 입장권을 샀던 그날 밤

달의 여신 루나님 그대 앞에서 그 시간 그 울타리 안에서

나는 제우스였고

우리는 연인이던 겁니다

난 다만 그 시간 그 울타리를 넘어서도

우리의 인연이 계속되리라 착각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달의 여신 루나님 그대와 칵테일 세 잔에 돈벼락의 삼분의 일을 썼고

달의 여신 루나님 그대를 생각하며 맥락 없이 웃다 미끄러져 돈벼락의 삼분의 일을 흘렸고

돈벼락의 나머지 삼분의 일만이 녹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이 돈이면 나는 죽고 싶은 마음이 올 때조차 먹고 싶은 떡볶이를

매일 쿠팡 출퇴근 통근버스 타러 가는 길 밤낮으로 몇 개월은 족히 사 먹겠지요

혹은 달의 여신 루나님 그대와의 세 잔의 칵테일을 위해 숲속으로 다시 올라가거나

그렇게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이 떨어진 돈벼락이 바닥을 드러내면

나는 내 투싼을 전당포에 잡히고서 달의 여신 루나님 그대를 만나러 산으로 올라갈지도 모릅니

그땐 이미 달의 여신 루나님 그대는 하늘로 올라가고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그럼에도 나는

다시 광기의 완전자율주행에 몸을 싣고 산에 올라갈지

달빛소나타 내비를 종료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지

고민에 고민을 합니다


나는 용기가 없는 사람입니다

내게 없는 용기는 달의 여신 루나님 그대를 만나러 산에 오르는 용기는 아닙니다

내게 없는 용기는 달의 여신 루나님 그대에게 감히 우리 산 밑에서 밥 먹자고 번호를 딸 용기

그 용기가 내가 가지지 못한 용기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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