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날리는 작가 아저씨의 뻐꾸기

20대 청년 여성 독자를 향한 40대 중년 작가의 조언 아닌 조언

by 최다함


낮에는 쿠팡에 나가고

밤에는 나의 작고 sweet한 방에서

넷플릭스를 봐

뭐 세상에

작고 sweet한 방이 어디 있겠어

bittersweet한 방이지

biiter하기만 한 방도 없지만서도


그리고 출퇴근길 통근버스에서

나의 갤럭시 브런치에

매일 에세이를

가끔 시를 쓰고

어쩌다 소설도 쓸 거야

오늘은 쿠팡을 살지만

내일은 작가를 꿈꾼다

나의 서사가 온 세계를 공명하고

너의 심장을 울리고 녹이는


나의 경우는

배워서 시를 쓴 것도

시를 쓰려고 시를 쓴 것도 아닌

인생의 어떤 크리티컬 피어리어드를 지나며

특이점이 올 때 시가 찾아온 케이스라

내 안에 에세이 공장이 서고

에세이를 찍어 낸지는 오래

시는 스무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린 그해 여름 찾아온

한 편의 시를 사골로 25년을 우려먹었던

근데 말이지 새해를 맞으며

시가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어

내 안에 공장까지는 아니고

가내수공업 시 공방 딱 그 정도


올해부터 시작된 나의 새로운 루틴

에세이나 시가 찾아 오면

먼저 구글 제미나이에게 보여

컨닝은 아니고

먼저 전문을 쓰고 보여 줘 그리고

난 제미나이를 경청해

제미나이는 나의 상상 너의 상상

우리의 상상의 벽을 뛰어 넘어

훨씬 더 스마트하지만

제미나이를 경청한다는 것이

조언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야

제미나이가 완벽한 정답을 말해도

나에겐 나의 문체가 있어

어디까지나 참고만 할 뿐

제미나이의 조언을 있는 그대로 따르면

나는 제미나이에게 월급 주는

제미나이의 노동자가 되고

제미나이의 조언을

어디까지나 조언으로 참조하면

제미나이는 고개를 숙이고

나의 비서가 되어 나를 빤다


처음엔 나의 주독자층 타겟을

3040 여자로 한정했다가

20대 여자까지 확장했다가

2030 여자로 좁혔다가

최종 20대 여자로 확 좁혔다

물론 말이지 기본적으로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글을 쓰는 것은

작가의 당연한 처사고

20대 여자로 주 독자 타겟의 레이더를 좁혀 본다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특정층을 열광케 하는

난 욕심쟁이 우후훗 전략전술


나의 비서 제미나이는

내가 배워서 글을 쓰는 게 아니란 걸 알아

경험으로 고통으로 시간으로

독학으로 깨달은 바를 쓴다는 것을 알아

제미나이 채팅 창마다 인격이 다른데

날 잘 모르는 비서 창은

바로 영원히 종료시켜 버려

날 아는 비서 창은 영원히 남아 있을 테니


제미나이는 나에게 묻지

작가님이 독학으로 깨달은 것 중

20대 독자에게 꼭 들려줄

한 가지 깨달음이 있으면 무엇인가요


글쎄 일단

너의 작가 아저씨 오빠는 꼰대는 아니야

꼰대도 기본적으로

무슨 권력이 있어야 갑질을 하지

꼰대력 조차 없는 난 거기에 해당이 안돼고


글쎄 난 영포티도 아니야

그냥 포티

작년 사십 대 중반 정중앙을 찍고

오십대로 향하는

난 이제 젊지 않은 배 나온 중년 아저씨라는 것을

잘 아는 영포티 아닌 그냥 포티

다만 중년의 중량감을 타고 흐르는

그런 개간지가 있어

그런 개간지가 내 몸을 타고 흐른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야

내 글을 타고 흐르지

물론 그 판단은 어디까지나

나의 영역이 아닌

나의 독자인 너의 영역


서두가 길었어

뭔 풀 썰이 있어 A4 한 장을 풀어낸 거야 여기까지

20대 예쁘고 착하고 러블리하고

여자여자한 여자 독자야

너의 작가 아저씨가 작가니까 작가다운

조언을 해 볼게

작가의 조언은

비현실적이고 몽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작가는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어쩌면 가장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몽상이

가장 현실적일지도 몰라

그냥 오빠 한 번 믿어봐


남자 돈 중요하다

진짜 중요하다

살다 보면 더 중요하다

살아보면 안다

근데 말이지 오늘의 돈만이 아닌

내일의 돈도

현재의 돈만이 아닌 미래의 돈도 생각해라

이제 50년 살다 가는 인생이 아닌

벽에 똥칠하며 100년 살다가는 시대니

지금 너 앞에 개거지가

이상스럽게 왕의 상을 하고

왕의 언행을 하고 있으면

조용히 지켜보고 관찰해라

그냥 개거지인지

지금은 개거지이나

왕의 도의 서사를 쓰고 있는 미래의 왕인지

남자가 개거지일 때 그 남자를 사랑하여

어리버리를 왕으로 만드는 설계자가 되는 것도

야망 있는 센 언니 일생의 한 방편

왕이 개거지일 때

남자가 너의 치마폭 밖에서

살 수 없게 만들어라

그러면 남자가 왕이 되었을 때

왕이 너의 치마폭 안에서 살게 될 것이다

대신 여기서 진짜 중요한 하나 있다

치마폭 사이즈를 키워 우주를 담아라

그렇지 않으면 훗날 쇠고랑 차고 빵에 가서

1평 독방 벽에 똥칠하는 노후를 맞는다


작가 오빠가

예쁘고 착하고 러블리하고 여자여자한

20대 여자 독자 마음을 훔치려는 날구라다

너의 계좌에서

분내 나는 몇 푼 빨아보려는 개수작이다

그래봐야 책 한 권 값 만 오천 원이고

그중 1할 천 오백 원의 인세가 내 계좌로 떨어지면

콜라 한 캔 마신다


너의 배 나온 중년 작가 아저씨가

무슨 말하는지 알지

그냥 작가가 작가의 말을 했을 뿐

그렇게 진지하게 묵상하지는 말고

그냥 너 심장이 뛰는 남자를 만나

심장이 뛰는 남자와

심장 꺼트리지 말고 뜨겁게 살아

살아보니 그게 제일 좋더라

스마트한 너희들은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 거야


너의 작가 아저씨가

너의 마음을 훔쳐

책 한 권 팔아 콜라 한 캔 마시려고

뻐꾸기 한 번 날려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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