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도 내 몸은 날리지 않습니다

그런 내가 나를 참 슬프게 합니다

by 최다함


바람이 불었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광풍이 훅 불어

내 몸이 날릴 뻔했습니다


아마도 25년 전이었으면

나는 아마도

바로 조울증이 발병하여

언덕 위에 하얀 집으로

실려 갔을 겁니다


20년 전

10년 전

혹 5년 전이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바로 조울증이 재발하여

언덕 위에 하얀 집으로

끌려갔을 겁니다


불혹을 한참 지나

지천명으로 향하는 내 나이

다시 그런 광풍이 불어올지 몰랐습니다

흔들리고 싶어도

흔들릴 수 없었습니다

꼭 나이 때문 만은 아니고

광풍에 흔들려 날아가고

광풍이 광풍을 낳고

광풍이 광풍을 잇고

그런 날들을 무수히 지나다 보니

더 이상 광풍에 흔들릴 수 없는 내가 되어

어떤 이는 그런 나를 단단하다 하지만서도

그런 내가 날 참 슬프게 합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친 광풍은

날 흔들어 놓기 충분했으나

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흔들릴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흔들렸습니다

더 솔직히 많이 흔들릴 뻔했습니다

까놓고 말해 흔들렸습니다 해골이

기둥뿌리 빠질 뻔했습니다

그럼에도 더 흔들릴 수 없어

그런 나를 칭찬합니다

동시에 그런 내가 날 참 슬프게 합니다


어제까지는

솔직히 좀 흔들렸습니다

오늘부터 나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이 있어서

나에게

주어진 길이 있어서


그 길 끝에

너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길을

너와 함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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