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동생 회사에 다니고 있다. 무슨 회사냐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 그 이유는, 하나는 뭐가 잘 된다 하면 시장 선점을 하기도 전에 누가 따라 해서 레드오션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회사 보안 차원에서, 또 하나는 우리는 우리 회사에 비전이 있다고 믿지만 향후 6개월 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차원에서, 입에 자크를 채우기로 했다.
회사에 입사할 때 회사의 일은 밖에서 발설하지 않기로 서약서를 쓰고 입사했다. 원래 표준 계약서에 그런 사항도 다 들어간다. 나는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 것이 아니고, 다만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뿐인데, 내 주변 사람들이 동생과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나의 사장 동생의 귀로 들어가서 내가 중간에서 대략 난감해진 적이 있다. 전적으로 내 실수도 있지만, 내가 좀 억울한 바는, 평소에 동생과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 사람들이, 왜 나로부터 동생 이야기를 듣고 동생에게 나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하냐 이 말이다. 다들 입이 간지러워 가지고, 뒷담화의 법칙을 모른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착각의 자유도 있듯이, 뒷담화의 자유도 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누가 자기 뒷담화 까는 것은 엄청 싫어 하지만, 남의 뒷담화 까는 것은 꼬셔하고 재미있어한다. 그게 본래 사람의 심리다. 문제는 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거기서 끝내야지, 왜 그 당사자에게 전달하냐는 것이다. 원래 뒷담화라는 것의 묘미가 너만 알고 있어 하는 비밀 이야기를 퍼트리지 않으면 입이 간지러운 것이다. 그것이 인간과 인간 사회의 법칙이다. 문제는 왜 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것은 자유라고 치고, 왜 당사자에게 전달하여 중간에서 대략 난감하게 만드냐는 것이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나에게 있다. 세상에 비밀은 없고, 발 없는 말은 천리 간다. 비밀은 내 안에서만 간직해야지, 절대 대나무숲에서도 말해서는 안 된다. 대나무숲에서 혼자 외친 속 이야기는 바로 메아리가 되어 모든 사람이 알게 된다. 다른 모든 사람이 들어도 상관없는데, 문제는 그 말이 그 말의 당사자의 귀에 제일 먼저 들어간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하나님께만 기도 한다고 통성기도를 하면, 뒤에서 누가 밤에는 쥐처럼 낮에는 새처럼 듣고 있다가 쪼로로 누군가에게 전파한다. 혼자 있는 기도실에서 통성기도로 부르짖으면 하나님이 듣지 않고, 사탄의 자식들이 듣고 쪼로로 내부고발자가 된다. 소리 질러 시원하게 하나님께 부르짖고 싶으면, 하나님만 아는 방언 기도로 해야 한다. 문제는 내가 하는 방언 기도의 뜻을 나도 모르며, 하나님은 그 뜻을 알고 계실지 하나님도 모를지 그것은 어떻게 알 수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동생 사장과 이야기해서 내가 회사에서 노출하기로 합의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동생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맡은 일은 일단 현재로서는 마케팅·기획·디자인 외 업무 전반에 대한 지원이다. 업무 전반에 대한 지원에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거울과 공간에 먼지를 물티슈로 닦는 것도 포함된다. 회사에 모든 일을 다한다는 것이다. 큰 회사라 치면, 사장 비서실장이나 전무나 이사가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동생이 사장인 그동안 1인 기업으로 있다가 이제 막 스타트업으로 시작하는 회사라 어떤 관점에서 노가다 잡부나 마찬가지이다. 일단 동생이 시킨 것은 다 실행하고, 동생이 바빠서 미쳐 업무지시를 못 내리고 있을 때는, 동생 마음에 없지만 동생 마음에 있어야 할 것 같은 것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 회사 내 나의 실질적인 직함이 사장 형이라 아무리 놀고 있어도 짤리는 직원은 아니지만, 다른 직원과 달리 회사의 명암과 내 통장의 무게는 달라지는 직원이다. 동생이 잘 되면 당연히 형 몫은 더 챙겨주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내 모든 것을 다 바쳐 회사에 헌신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동생 회사가 잘 되기를 바라고 어차피 회사 다닐 것 업무 시간 내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내려고 하지만, 회사의 명암과 나의 미래의 재산의 정도와 상관이 아주 많이 있는 직원이다.
그렇다고 하여 업무 외에 시간에 아직까지는 자기 계발을 위해서 투자하고 있지는 않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나는 글을 쓴다. 집에서도 쓰는데, 이제 집에 와서는 글을 안 써보려고 한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평일 밤 집에서는 아내와 뱃속의 아이와 시간을 좀 보내려 한다. 그런데 그게 글만 그렇게 쓰지 잘 되지는 않다. 회사에 나가서 일해야지, 그렇지만 내가 평생 회사만 다니며 살고 싶지는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그 일은 회사 일과 후에 해야 한다. 회사 말고 내 평생에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글 쓰고 책 쓰는 작가가 되는 일은 아니다. 작가로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지만, 이는 과정이고 살면서 이루고 싶은 하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평생 글을 쓰고, 평생 책을 쓰고 싶지만, 전업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 나의 깊은 야망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으나, 모든 일이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또한 그러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다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동생 회사에 다니며, 저녁에는 글을 쓰고 부업으로 내 책과 다른 이의 책을 내어주는 1인 출판사를 할 것이다. 물론 당연히 동생 사장과는 이미 이야기를 한 상태이다. 또 내 사업을 한다고 해도, 동생 사업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할 것이다. 내가 평생직장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을 때까지 동생 일을 할 것이다. 동생 일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 일이 직장이 되어 경제생활이 가능한 일반적인 보수를 받고 일할 수 있을 때 시작할 것이다.
일단 지금은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일절 생각하고 있지 않다. 지금 생각한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지금의 준비가 그때에도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지금은 내가 낮에는 동생 일을 하고, 회사 출퇴근 길과 주말에는 글과 책을 쓰고 유튜브를 하고, 집에서 밤에는 아내와 뱃속의 아기와 놀아주는 게 내 할 일이다. 오늘은 오늘의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일 일은 내일 가서 시작하면 된다. 오늘을 살아야 오늘이 내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