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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28. 2021

난 브런치가 참 좋다

난 브런치가 참 좋다. 물론 세상 모든 것이 마찬가지이듯 브런치가 나에게 완벽한 것 또한 아니다. 다만, 브런치에 불만을 제기하는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과는 다르게, 나는 브런치에 불만이 하나도 없는 것은, 세상에 그 어떤 플랫폼도 완벽한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 자본시장의 트렌드가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기능을 다 넣는 트렌드도 아니다. 회사는 회사가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브런치가 브런치 작가들의 민원을 당연히 듣기는 하겠지만, 브런치는 브런치가 목표로 하는 일들을 할 뿐이다. 브런치의 시스템이 나에게는 맞다. 물론, 내가 동일한 목적의 플랫폼을 만든다면 전혀 다르게 만들겠지만 말이다. 나는 브런치에 대한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니다. 브런치는 브런치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가 있다. 브런치가 부족한 공간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자본과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다면 브런치가 하지 않는 하지 못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내가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이 가능해도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인데, 그 일을 할 열정이 없다. 내게는 대신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


난 브런치가 참 좋은 이유가 있다. 번번이 10번이 넘게 브런치 작가 등단에 낙방할 때 때론 브런치를 증오할 때도 있었다. 이렇게 까지 브런치 작가가 되기 힘들 필요가 있을까? 어디 가서 글 못쓴다는 소리 듣지는 않는데, 브런치 이 사람들 기준이 뭘까? 화가 났다. 아주 많이 났다. 떨어질 때마다 이제 더 이상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글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브런치 대신 다른 플랫폼을 찾아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런 분노는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이전에는, 무슨 이유로 나를 떨어뜨렸는지 알 수 없어서 화가 났는데,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에는 내가 작가가 되어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되었고,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기득권자가 되고 나니, 작가 승인 시스템을 그렇다고 찬양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브런치의 내규 정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을 때는 분노가 조절이 되지 않지만, 배 부르고 등 따스해지면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물론 여기서 마음이 너그러워진다는 것이 상대를 조져야 할 때는 미소와 친절한 목소리로 조진다는 것이지, 나 외에 모든 사람에게 그 뜻을 맞추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찌질한 무기가 아닌 교활한 무기가 생겨 대체 가능한 의미이기도 하다.


브런치를 쓴다고 광고가 붙고 직접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브런치는 출간 목적의 책을 쓰기에 가장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물론 브런치에 글을 써서 출간 작가가 되는 작가는 극히 일부이다. 유튜브는 아니 그런가? 유튜브도 유튜브로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그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그렇지만 내가 되고 싶은 작가는 그냥 책 몇 권 내고 마는 작가는 아니다. 세계 시장에 팔리는 세계적인 초대박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은 아니지만,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이다. 어차피 그 정도 역량의 책을 쓰려면, 브런치 시스템을 통하여 출간을 할 그 극소수 안에 들어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출간 문의가 오는 것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얼마 전까지는 일단 BOOKK를 통하여 POD로 출간하고 그 이후 기획 출판을 해볼까 했었는데, 그것도 지금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POD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돈 번 작가가 된 사람을 내가 본 적이 없다. 원래 POD 자체가 베스트셀러 만들고 돈 버는 그런 시스템 자체가 아니다. POD 출판사는 1권의 책을 만권 찍어서 돈 버는 회사가 아니라, 만권의 책을 한 권씩 찍어서 돈 버는 회사이다. POD는 출판의 미래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POD는 그렇지 않다. POD로 ISBN 찍으면 인터넷 교보문고나 서점 홈페이지에 POD 페이지에서 검색이 가능한 것이지, POD 도서는 서점에 깔리지가 않는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 주문 들어온 만큼 깔짝깔짝 찍어서 보내주는 방식으로는 돈 벌 수가 없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POD는 출판사에서 파일로 가지고 있다가 주문량만큼만 찍어 보내주는 방식인데, 주문이 들어와 책을 만들어 집에 도착하기까지 1주일에서 10일까지 걸린다고 한다. 이 빠른 세상 속에서 주문한 책 한 권 만들어 오는 10일 동안 독자는 숨 넘어간다. 내가 기대하고 있는 출간 방식은 브런치의 각종 공모전과 내가 직접 내 책을 만들어 낼 1인 출판사를 만드는 것이다.


브런치가 좋은 또 한 가지는 내 글을 읽고 하트 공감을 남겨주는 구독자들의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의 대부분의 구독자는 광고 목적이고, 댓글도 단순 인사글이 많지만 영혼 없는 유사 광고 글과 마찬가지이다. 또 공감 하트가 여러 개 달렸는데, 글을 읽은 조회 수가 1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읽지도 않고 하트를 누르는 것이다. 물론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그 정도로도 의미가 있다. 광고성 이웃이라도 이웃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좋고, 영혼 없는 공감이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 난 브런치가 참 좋은 것은, 내 글을 읽는 구독자분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내 글을 읽어 주는 것 같아서이다. 뭐 알 수는 없다. 그냥 하트만 눌러 주시고 가는지 아니면 읽으시는지 알 수가 없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브런치 구독자 분들은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만 공감 하트를 눌러 주시는 것 같다.


공감 하트를 눌러 주시는 분들의 닉네임을 보면, 과거부터 쭈욱 나의 글을 읽어 오시고 공감 하트를 눌러 주신 분들도 있고, 과거에는 눌러 주셨으나 요즘은 내 글에 별 관심이 없어지신 분들도 계신 것 같고, 또 나의 글들을 열심히 읽어 주시기 시작한 새로운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과 아주 오랜 도전으로 겨우 겨우 브런치가 되었듯이, 브런치 작가로서 성장하는 것도 아주 지루하게 더디다. 물론, 아주 조금씩이나마 어쩌다 한 명씩 구독자가 늘고 있고, 글 공감 수도 보이지도 않을 만큼 아주 미미하게 증가하고 있다.


한 번 다음 메인에 글 하나 노출되는 날 이후로 며칠 반짝 접속자가 터졌는데, 문제는 구독과 좋아요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무 소산 없이 들어왔다가 빠져 버리고 며칠 만에 도루묵이 되어 버렸다. 어떻게 보기에 따라서 눈에 보이는 괄목할만한 성장은 없지만, 미미하게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난 내 글이 좋다. 그리고 브런치에 쓰고 있는 내 글이 좋다. 계속 이렇게 가다 보면 언젠가 빵 터지리라 믿기로 했다. 난 책으로 엮을 출간 목적의 글을 쓰는 공간으로서 브런치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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