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이다. 회사에 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 평소에는 회사에 가느라고 글을 쓸 시간이 없다고 불평을 했지만, 정작 주말이 되어 시간이 나니,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기보다는,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를 켜놓고 네버엔딩으로 넷플릭스를 정주행하고 있다. 회사를 출근하면서 한동안은 출퇴근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회사에 다니기 전보다 더 많은 글을 썼지만, 그것도 처음 얼마 동안이었다. 요즘엔 아침 출근길엔 거의 졸면서 가고, 저녁 퇴근길엔 거의 넷플릭스를 보면서 돌아온다. 물론, 내 돈 내고 넷플릭스를 보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그럴 형편도 안 되고 말이다. 스마트폰을 바꾸면서 3개월 동안 높은 요금제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 요금제에 넷플릭스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고액의 요금제에 넷플릭스를 끼어 파는 것인데, 어떤 관점에서는 무료로 보는 것 같아서 부담 없이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 넷플릭스를 끼어 파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어차피 3개월 동안 써야 하는 고액의 요금제에는, 내가 넷플릭스를 보던지 안 보던지 넷플릭스 사용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넷플릭스를 즐기고 있다.
회사에 다니기 좀 되니까, 피로가 누적이 되는 것 같다. 오전 늦게까지 늘어지게 잤다. 심하기 늦잠을 자면 아내가 일어나라고 깨우지만, 아내는 내가 늦잠을 자는 것보다 잠을 적게 자는 것을 더 걱정한다. 나는 잠을 많이 자야 건강에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제야 아내가 내가 글 쓰는 것을 노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는 것 같다. 그렇게 까지 설득하는데 수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내는 내가 집에 와서는 아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주기를 바라지만, 집에서 글을 쓰는 것은 내가 내 일을 하는 것이라고 이제는 인정해 주는 느낌을 받는다. 아내는 내가 아내와 뱃속의 아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해서도 섭섭하지만, 노트북 켜놓고 글 쓰는 것도 아니고, 그 시간에 넷플릭스 보거나 유튜브 하거나 그런 것 때문에 서운해하는 것 같다.
난 자기 조절을 잘 못하고, 중독에 내 몸과 마음을 맡기는 편이라서, 글쓰기에 중독이 되어 있을 때는 글쓰기만 하고, 인터넷에 중독되어있을 때는 인터넷만 하고, 넷플릭스를 보는데 중독되어 있을 때는 넷플렉스만 본다.
아내가 만들어 준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는 것 외에는, 오늘은 느지막하게 일어나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보았다. 생각은 내가 그동안 써 온 브런치북을 퇴고해야 하는데, 정작 딴짓을 했다. 생각과 행동이 초보 드러머가 손과 발이 따로 놀듯이 따로 논다. 음악을 틀어 놓고, 브런치 글을 퇴고하는 게 맞는데,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보면서 놀았다.
아내가 산책하자고 했다. 임신하고 입덧이 시작되면서 아내는 밖에 거의 나가지 못했다. 처음에는 입덧과 아기를 위해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그랬고, 지금은 입덧의 한 증상인데 침이 계속 나오는 것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밖에 외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오늘 오후엔 아내와 산책을 다녀왔다.
아내와 산책을 하면, 나는 어디 가서 뭐 맛있는 것 먹었으면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진짜 산책만 하고 올 때가 거의 대부분이다. 물론, 산책하고 돌아오다가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봐가지고 돌아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오늘도 그랬다.
스물한 살 때 시작된 조울증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나는 두 주의 한 번 씩 병원에 가서 주치의 상담을 하고 약을 타 온다. 나의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애가 태어나면 데이트 절대 못한다고, 지금 아내와 즐거운 시간 많이 가지라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입덧 시기라서 그게 조금 어렵다. 입덧이 끝나면 그게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마루에 노트북을 켜 놓고,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의 노래를 틀어 놓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3월 중순에 일정을 공지한다는 브런치 X 밀리의 서재 전자책 공모전에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브런치북으로 대충의 얼개만 만들어 놓았는데, 아직 퇴고와 교정이 많이 필요로 하다. 공모하기 위한 만든 브런치북을 퇴고해야 하는데, 정작 해야 할 것은 미루어 놓고, 오늘 시간 난 김에 오늘의 글을 써서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