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밤에 자다가 잠꼬대를 자주 한다. 내가 잠꼬대를 한 것을 스스로 느낄 때가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주로 꿈을 꿀 때 그렇다.
꿈에서 현실과 싸울 때가 있다. 내 나이 마흔이 넘어가는 지금, 싸워도 이득이 없을 때는 유연하게 타협하면서 산다. 가끔 꿈에서만 저항할 뿐이다. 꿈속에서 현실과 저항할 때 더 격렬하게 잠꼬대를 한다.
어젯밤은 꿈속에서 격렬하게 싸우다, 소변이 마려워서인지 중간에 깼고, 나 스스로 잠꼬대를 한 것을 인지했다. 옆에서 아내가 내가 잠자는 동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유심히 들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집에서 나와 출근하는데, 어젯밤에 잠꼬대하는 것 동영상 찍어 놓았는데 보내줄 테니 볼 거냐고 묻는다. 나는 꿈은 현실과 다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며 지우라고 했다.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현실 속의 잠꼬대는 분명하고 또렸했던 꿈속에서의 목소리와 달리, 궁시렁 궁시렁 해독 불가였던 것 같다. 아내가 네팔 사람이라서 한국말은 제법 하지만, 궁시렁궁시렁 불분명한 잠꼬대는 못 알아듣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 잠꼬대가 무슨 내용이었을지 나는 대충 안다. 꿈속에서 격렬하게 현실과 말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저항한 현실은, 현실 속에서는 타협하고 접으면서 살고 있는 부분이다. 내 말과 주장이 옳다 하여, 어떤 부분에서 아내와 가족과 이웃을 설득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아내가 한국어를 아주 잘하지만, 그것은 네팔인임을 가정할 때고, 때로 의사소통이 막힐 때가 있다. 그게 때로는 불편하기도 하지만, 좋을 때도 있다. 아내가 알 필요가 없는, 아니 알아듣지 말았으면 하고 내가 바라는, 그런 것을 아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때론 좋을 때가 있다.
가끔 격렬한 꿈을 꿀 때는 격렬한 잠꼬대를 한다. 물론 더 이상 꿈속에서 아내 말고 다른 여자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나의 잠꼬대를 아내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