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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14. 2021

글을 쓰다 멈추는 것이 아직은 어렵다

    출근길이다. 현재 본사는 신촌역에 있고, 방배역과 신촌역 이대역 일대에 무인점포가 있다. 나는 신촌역 본사로 바로 출근하지 않고, 격일로 하루는 방배역으로 하루는 이대역으로 출근했다가, 무인점포를 정비하고 본사로 간다.

    오늘은 이대역으로 출근한다. 지금 나는 수원에서 신도림을 찍고 이대역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글을 쓰고 있다.

    우리 회사는 10시 출근 7시 퇴근이다. 10시 출근에 큰 의미는 없다. 수년 동안 1인 기업을 하던 동생 사장이 10시 이후 출근했었고, 그 시간에 하루 8시간을 맞춰서 점심시간 1시간 제하면 7시 퇴근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10시 반까지 방에 들어와요."

주로 오가는 출퇴근 길 전철과 길에서 글을 쓰지만, 퇴근 후 집에 늦게 들어와 늦은 식사를 하고, 오늘 쓰고 있는 글을 마칠 때까지 글을 쓴다.

    대학 마지막 학기 때 교생실습 한 과목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교생실습 하나 하려고 춘천에 자취방을 구하기에는 너무 기간이 짧았다. 그렇다고 모텔 달방에 살 수도 없었다. 교생실습 가는 고등학교 앞 고시원에 한 학기 살았다. 교생실습 학교가 우리 대학 사대부고라 대학교 후문 5분 거리에 고시원이 있었다. 교생실습 끝나고 얼마 동안 수원 고향집에 돌아오지 않고, 춘천 고시원에 살았었는데, 14일 2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돈 벌려고 노가다를 나갔다. 고시원 주인 할아버지는 고시원 바로 옆 인력사무소 사장님이랑 친구여서 나는 소개를 받아갔다. 춘천 구봉산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도 내가 지었고, 옥광산에 들어가 옥도 내가 캐고, 춘천 어느 길의 아스팔트도 내가 깔았다. 인력사무소 노가다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이지만, 노가다 꾼도 내가 나오고 싶은 날만 나오면 되는데, 하루도 쉬지 않고 나와서 그 일로 살아가시는 분도 상당히 있다. 노가다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노가다의 휴일은 비 오고 눈 오는 날이다.

    글로 먹고사는 글쟁이에게는 출퇴근 시간이 없다. 언제 영감이 떠오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위대한 글감이 떠올라도, 글로 적어두지 않고, 메모라도 해두지 않으면, 휘발되어 떠나간다. 하나의 좋은 글감이 떠나가면, 다른 좋은 글감이 언젠가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그분이 아무 때나 오시는 것이 아니다. 글로 먹고사는 글쟁이는 시간에 자유롭고 언제든 놀고 싶으면 놀아도 되지만, 글로 먹고살며 문화인으로서 경제적으로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아침에 눈 떠서 밤에 눈 감을 때까지, 글을 쓰고 글감을 찾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방으로 들어오라는 시간을 못 지킬 때가 많다. 오늘 쓰고 있는 글은 마무리 짓고 자야 하기 때문이다.


    그제는 쓰고 있는 글을 마무리 짓는데, 나는 시간이 얼마 안 된 줄 알았는데, 아내가 방에 들어오라는 10시 반을 한 시간이나 넘어 11시 반에 들어갔다.

    10시 반까지 방에 들어가면, 아내와 가정예배를 드리고 기도하고, 뱃속의 아기에게 아빠 목소리로 태담이라고 태교 동화를 들려준다.

    그제 밤에는 아내가 양보하고 양보한 10시 반을 한 시간이 넘어 방에 들어와서, 아내가 화가 났는지, 자는 척을 하며 나에게 말을 안 했다.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낼 때보다 무서울 때는, 아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을 때다. 진짜 화가 난 것이다.


   "오늘은 꼭 10시 반까지 방에 들어와요."


    사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글쓰기를 멈추고 내일 이어 쓰면 된다. 그렇다고 글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 쓴 글과 내일 마무리 지은 글은 다른 글이 될 뿐이다. 시간 되면 멈추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글을 쓰다 마무리 짓지 못하고 멈추는 것은, 똥을 싸다 똥을 끊고 멈추어야 하는 것만 같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고쳐야 할 부분이지만 그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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