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May 16. 2021

사랑의 자세

이 글에서 사용한 일러스트는 제가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비상업적인 목적의 사용을 위하여, 밑의 링크의 세계일보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혹시 문제가 된다면 바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흥미롭게 본 기사 하나가 있었다. 웹 서핑을 하다가 기억해 둘 페이지가 있으면, 내가 사용하는 네이버 브라우저 웨일의 스크랩북에 저장해 둔다. 물론 클릭 한 번만 하면 스크랩북에 저장이 되지만, 오랜 기간 스크랩해 둔 많은 페이지에서 내가 저장해 둔 페이지를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찾을 때까지 마우스 스크롤만 쭉 내리면 된다. 수면 자세로 본 연인의 관계 10가지에 대한 사진과 분석이 있다. 이 글에서 나는 결코 이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이 기사에 나오는 10가지 연인의 수면 자세 중 나와 아내가 어떤 자세를 사용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수면 자세와 나와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글의 서두를 시작 하려고 한다. 끝까지 읽어 보면 알겠지만, 수면 자세 자체가 오늘의 주제는 아니다. 오늘의 글의 도입부일 뿐이다.

이 이미지는 이 글의 이해의 편리를 위해 위의 기사의 사진을 제가 포토샵으로 하나의 이미지로 편집하였습니다.

기사의 10가지 자세를 포토샵으로 대충 요약해 보았다. 세계일보 해당 기사의 10가지 수면 자세의 그림을 하나의 이미지로 정리해 본 것은, 출판 인쇄 목적이 아니라, 그냥 내 브런치의 구독자들에게 보여줄 것이라서, 대충대충 했다는 것을 밝혀 둔다. 예쁘게 각을 맞추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주로 쓰는 자세가 있고, 잠깐 쓰는 자세가 있다. 10개 중에 9개는 아주 잠깐이라도 쓰는 자세고, 한 자세만 안 쓰는 자세이다. 10번 스페이스 호그 자세는 안 쓴다. 저 자세의 의미에 대해서 행동 분석가라는 학자가 분석해 둔 것은 관심이 있으면 찾아보길 바란다. 9번 다리 교차는 안 쓰는 것은 아닌데, 거의 안 쓴다. 이거는 잔다기보다, 침대에서 쉴 때나, 아니면 자기 전에 이야기할 때 다리가 아플 때 아내가 내 다리 위에 다리를 올려놓거나, 자기 다리 위에 내 다리를 올려 둔다. 10번 자세는 안 쓰고, 9번 자세는 거의 안 쓴다.


아기가 생기기 전에 우리 부부가 많이 썼던 자세는 5번 풀어진 매듭 자세이다. 본격적으로 잠자기 전까지 안고 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풀어져 각각 잠에 든다. "엮인 유형으로 꼭 끌어안고 자다가 10분쯤 지나면 서로 독립적으로 자는 유형이다. 이 유형이 엮인 유형보다 더 강한 결속력을 보여준다. 오직 8% 정도의 연인만이 이런 형태로 잠을 잔다. 이는 독립성과 친밀함 모두를 충족하는 유형이다." 이런 대단한 의미가 있어서는 아니고, 처음에는 끌어안고 자다가, 등도 간지러워서 긁어야 하고, 화장실도 갔다 와야 하고, 또 아침까지 끌어안고 자기는 너무 덥고, 팔에 쥐도 나니까 풀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 자세가 여전히 사랑하는 연인의 현실적인 자세라고 본다. 평소 매일 잠에 들기 전 10분 정도는 끌어안고 있다가, 자야 할 시점에 각자 편한 자세로 눕는다.

이 자세는 4번 엮인 자세이다. 이 자세는 결혼식을 올리고, 우리가 처음 사랑할 때, 며칠은 이렇게 아침까지 잤다. 이 자세로 며칠 자면 팔이 찌릿찌릿하고, 한쪽 어깨가 빠진다. 처음에 며칠 동안은 이 자세가 되는데, 그 이후에는 아무리 사랑해도 인간의 구조 상 일상생활을 이렇게 매일 잘 수는 없다. 하루에 한 10분은 이러고 누워있을 수 있겠지만, 그 10분 후에는 돌아 눕는 것이다. 4번 엮인 자세가 10분 후에 풀어지면 5번 풀어진 매듭이 되는 것이다. "아주 친밀한 관계에서 나타나는 수면 자세다. 더 찾아보기 힘들다. 로맨틱한 관계가 시작될 즈음 많이 보인다. 어떤 연인은 관계 내내 이러한 자세로 자는데 이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과도하게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분석인데. 전부 개소리다. 비현실적 자세일 뿐이다. 매일 이렇게 자면, 팔 빠지고, 쥐 나고, 탈골 일어나고, 36.5도는 엄청 덥다.

첫 며칠은 4번 엮인 유형 그 이후로는 5번 풀어진 매듭으로 잤는데, 그다음에는 8번 코를 맞댄 유형으로 잤다. "다정한 느낌이 드는 자세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팔을 베고 가슴에 머릴 기댄다. 안은 사람은 팔 벤 사람의 머리에 얼굴을 맞댄다. 보호와 의지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신뢰도도 무척 높은 편이다." 다 개소리이다. 4번이나 5번처럼 둘이 옆으로 끌어 앉고 조금만 있어도 상당히 불편하다. 인체공학적으로 불편한 자세이다. 그래서 나는 등을 바닥에 대고 천장을 보고 누워, 아내가 그림처럼 안기게 팔을 준다. 이 자세 또한 5번 자세처럼, 밤새도록 이렇게 못 잔다. 팔에 쥐가 나고, 등 간지러울 때 마음 놓고 긁을 수도 없고, 화장실도 마음 놓고 못 가고 어렵다. 8번 자세로 10분 정도 있다가, 풀어진 매듭이 되는 것이다. 아기가 생기기 전까지는 이랬다. 그런데 배 속에 아기가 생기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6번 자유로운 연인 자세인데, 설명을 볼 필요도 없다. 다 개소리다. 그래서 이제는 특별히 인용 안 하겠다. 궁금한 사람은 위에 링크를 타고 가서 보고 참고하면 된다. 그냥 편하게 자는 것이다. 아기가 생기기 전에는 매일 잠에 들 때 처음부터 이렇게 자는 것은 아니다. 10분 정도 8번 자세로 코를 맞대고 있다가, 서로 잘 때 헤어졌다. 사랑이 식고, 애정이 식고, 성욕이 줄어 들어서가 아니라, 뱃속의 아기가 있는데 처음부터 서로 돌아서서 잘 수밖에 없다. 정확하게 등을 돌리고 잔다는 게 아니라, 한 침대에서 각자 따로따로 잘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신에 자기 전에 가정예배를 드린 후에, 아내에 배에 손을 대고 아내의 뱃속의 아가에게 태교 동화 한 편씩 들려준다. 아빠가 들려주는 태교동화책이 있다. 그 책을 하루 한 편씩 들려주는 것이다. 남녀의 관계와 상관없이 아기가 없을 때와 있을 때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자세는 독립적인 자세가 아니라 중간단계이다. 8번 코를 맞댄 자세로 자다가, 한 명이 자려고 돌아서 풀어진 매듭이 되면, 그냥 풀어지면 섭섭하니까 풀려진 사람이 돌아누운 사람의 백허그를 해주거나 신체의 일부를 접촉해 주는 것이다. 잠깐 그러다가 바로 돌아누워 잔다. 그냥 중간단계이다.




이성을 알기 전, 연예를 하기 전, 결혼을 하기 전, 우리는 영화 드라마 예능을 보며, TV 속에 연인의 모습을 본 것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모른다. 영화는 영화고, 현실 속 연인 간의 육체적 사랑은 현실이다. 영화에서 보면 호텔 방 같은 데서, 실 오르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밤에 잠들고 아침에 깰 때까지 둘이 껴앉고 자는데, 실제로 그렇게 자는 커플이 있을까? 일단 우리는 원시인이 아니고, 런닝과 팬티를 입고 살아왔기 때문에, 속옷을 벗으면 여름에도 춥고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잠이 안 온다. 당연히 연인과 뜨거울 때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누워있는 게 야릇하고 로맨틱하겠지만 잠을 잘 수가 없다. 춥다. 추울뿐더러 동시에 덥다. 영화처럼 실 하나 걸치지 않고 밤새도록 껴안고 있으면 더워서 못 잔다. 한 여름에도 사랑하는 이성의 체온을 하루 10분 정도 느끼는 것은 야릇하고 따뜻하고 좋은데, 한 겨울에도 밤새도록 그러고 있으려면 땀난다. 


영화를 보면 연인이 현관문을 열고 닫고 들어오면, 한쪽이 다른 쪽을 성급하게 벽에다가 붙여 놓고 쥐 잡아먹듯이 키스를 하고, 옷을 찢을 듯 벗기거나 벗으면서 사랑을 나누는데. 내가 다른 연인이나 부부 사이를 알리가 없으니까 성급한 일반화인지 모르나,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실 속의 연인의 사랑이 포르노와 다른 것은 당연할뿐더러,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의 그것과도 다르다.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랑에 대하여 배운 것 중 교양 있게 쓸만하게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에서 밖에 없어서 그것을 예상하고 들어갈지 모르나, 실제로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면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또 사람마다 다 달라서 모든 연인의 사랑이 다 다를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비슷한 부분도 있겠지만, 저마다의 커플마다 다를 것이다. 이성을 만나기 전에, 내가 꿈꾸었던 섹스 판타지가, 실제로 들어가 보면 현장에서는 먹히지 않을 때가 있다. 나의 판타지고, 상대에게는 혐오일 수도 있고 말이다. 더 이상 자세히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성상담사로 유명한 사람이나, 섹스 칼럼니스트라고 알려진 사람이 하는 말 중에, 뻘소리들이 많다. 전부 실제 사실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를뿐더러, 그 사람들은 대중들의 귀에 솔깃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 뿐이다. 요즘 예능이라고 부부가 나와서, 부부의 침실에 대한 불만을 까놓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 나오는 이야기들이 부분적으로는 사실이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이 아니다.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하면 좋겠는데, 브런치나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수위를 조절하도록 하겠다. 어떤 독자들은 너무 이야기가 센 거 아니야 할 수도 있을 테고, 어떤 독자들은 뭔 이야기를 저렇게 하다 말고 두리뭉실하게 이야기 하나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으로 출간한다면 브런치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던 솔직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내 책을 출간하고 싶어 접촉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그 책의 수위는 출판사 사장과 에디터와 회의를 해보아야 한다. 출판하는 나의 책의 화자인 나의 캐릭터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책 내용을 아주 솔직하고 아주 제한적인 부분에서는 도발적으로도 갈지, 아니면 100% 순수하게 갈지 그런 것에 대해서도 나중에 출판하게 되면 출판사랑 기획회의에서 논의를 해보아야겠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책의 흥행적인 측면에서 어떤 쪽으로 가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아야겠다. 그 고민은 내 고민이 아니라, 내가 어떤 출판사와 계약하여 출간을 하게 되면, 그 출판사와 에디터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내가 브런치나 블로그 등에 글을 쓰고, 출판사에서 피드백 주고 더 요구하는 원고를 건네면, 그것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책을 베스트셀러를 목표로 잘 팔리는 도서상품으로 기획할 것인지는 출판사와 에디터가 할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에게 갤럭시 노트 20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