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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19. 2021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반년이 조금 넘어간다

나는 브런치 작가에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붙었다. 2019년 12월 03일 첫 거절 이메일을 받았고, 2020년 10월 5일 합격 이메일을 받았다. 브런치로부터 온 이메일의 제목이『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 안내드립니다.』이면 나쁜 소식이고,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이면 좋은 소식이다.


Before & After 브런치 작가

브런치 작가에서 떨어졌을 때는 왼쪽의 메일이 오고, 합격했을 때는 오른쪽의 메일이 온다. 모르긴 몰라도 브런치 직원이 일일이 보내지는 않을 테고, 심사 결과가 나오면 합격자와 불합격자에게 해당되는 메일이 자동 발송될 것이다.


나는 도전한 지 10개월 만에 12번 떨어지고 13번째 합격했다. 10개월 이상 도전하신 분은 종종 있어도, 나보다 많이 떨어지신 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어떤 기회가 있어서 스테르담 작가님의 줌 강의를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스테르담 작가님 강의의 게스트로 오신 작가님 중 한 분은 80번 이상 떨어지고 붙으셨다.


나는 글쓰기 분야에서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는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내 글을 좋아하는 구독자도 계셨고, 글을 잘 쓴다고 인정받기도 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지속적으로 글을 쓰다가 작가의 눈에 띄어 TV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하고, 네이버 블로그 글쓰기 이벤트에 당첨되어 200만 원 네이버 포인트도 받았고, 인스타그램에 밀리의서재 이벤트의 댓글 달아서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 1박 숙박권도 받았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가는 단계가 아닐까 스스로 자뻑을 했었다.


그런데 블로그 글쓰기와 브런치 글쓰기는 다르다. 브런치 작가 합격 이후에는 작가가 쓰고 싶은 방식으로 자유롭게 쓰더라도, 일단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브런치가 원하는 글이 뭘까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나는 브런치가 좋아하는 장르의 글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브런치에서 많이 사랑받는 글의 주제와 장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내가 하고 싶은 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브런치는 나의 이야기가 매력적이지 않아서 나를 떨어 뜨리는 게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브런치가 보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게 썼기 때문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스테르담 작가님의 신간 책을 부분적으로 훑어보았는데 책 쓰기 이전에 글쓰기라고 하셨다.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나는 글쓰기의 최적화된 플랫폼은 블로그고, 책 쓰기의 최적화된 플랫폼은 브런치라고 생각한다. 브런치가 책 쓰기를 위한 플랫폼이란 것은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를 통하여 출간을 하거나, 브런치를 통하여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출간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브런치 플랫폼의 각각의 매거진과 브런치북이 한 권의 책이다. 매거진이 잡지라면, 브런치북은 단행본이다.


브런치가 프로페셔널 수준의 작가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페셔널 출간 작가가 왔다고 다 붙여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브런치팀 만의 내부 선발기준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브런치가 디지털 기반의 하나의 출판사라고 말이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 신청자는 투고한 예비작가이고 말이다. 브런치 심사팀은 디지털 기반의 브런치 출판사의 매거진 잡지와 브런치북 단행본의 작가로서, 매거진과 브런치북에 지속적으로 책을 써 나아갈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브런치 작가로서의 작가성을 보는 것 같다.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던지, 인생 유전이 있던지, 특별한 경험이 있던지, 작가에 캐릭터가 글에서 보여야 한다. 글에서 작가의 캐릭터가 보여야 한다는 것이, 출판사에서 작가를 발굴할 때 그 기준의 작가의 전문성 스타성 등등을 보는 것은 아니다.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이끌어 가는 작가 이력이 필요하다.


난 작년 2010년 10월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글은 평균 이상 많이 쓰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구독자는 생각만큼 올라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의외로 천천히 올라가고, 브런치는 블로그에 비해 충성 구독자가 많다. 반응을 보이는 것은 쑥스러워하시지만 내 글을 계속 읽어 주시고, 공감할 때는 공감 하트 하나씩 눌러 주시는 구독자님들이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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