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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un 06. 2021

다함스토리

"49번, 최다함! 이름이 좋네요. 무슨 뜻이에요? 누가 지어주셨어요?"


고등학교 때 49번, 중학교 때 3번이었다. 번호 49번과 3번이 정확한 기억 아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까마득한 중고등학교 시절 몇 번이었는지 희미하다. 고등학교 때 49번, 중학교 때 3번은, 그 시절 나를 숫자로 추억하는 상징이다.


고등학교 때는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번호를 매겼다. 최 씨인 내가 반에서 49번 정도였다고 기억할 만큼, 학급 당 학생수가 많았다. 지금은 초중고 학급 당 학생 수가 스무 명에서 삼십 명 사이인데, 스무 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우리 때는 정말 그렇게까지 많았었나, 내 기억이 왜곡되었나 싶기도 하다.


중학교 때는 키 순서로 번호를 정했다. 3년 내내 3번일 정도의 땅꼬마였다. 지금은 177 cm로 대한민국 남성 평균을 넘는 쓸만한 기럭지를 가지고 있다. 중3 후반부터 크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 나보다 머리 하나 크던 같은 교회 친구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 되어서는 나보다 머리 하나가 작아졌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 크고 중1을 정점으로 성장을 멈추었고, 나는 중3에 크기 시작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컸다.


인생도 현재 스피드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30 청춘의 때는 비록 비루했으나, 4050 장년 이후의 삶은 반짝반짝 빛나기를 소망한다.




내 이름은 최다함이다. 부모님께서 내가 태어나기 이미 오래전부터, 성별과 상관없이 내 이름을 미리 지어놓으셨다. 부모님께서는 '윗과 아브라함', '선을 다하라.', '마음을 다하며 뜻을 다하며 힘을 다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세 가지 중의적인 뜻으로 내 이름을 최다함이라고 지으셨다.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지는 않았다. 한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친구와 선생님을 만날 때면, '최다함'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친 주목과 관심을 받았을 뿐이다.


교회 목사님들께서 설교에 자주 사용하시는 예화가 하나 있다. 역사 history는 his story 그의 이야기 예수님의 이야기라는 다. 기독교인에게 인류 역사는 예수님의 이야기이겠지만, 영단어 history의 어원이 his story '예수님의 이야기' 또는 '그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단어 history는 his + story의 합성어가 아니라, 탐구 탐문 조사를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historia에서 온 단일어이다. 대학교 전공이 영어교육이라서 아는 것은 아니다. 전공만 영어교육이었던 것이지, 대학 때 공부를 안 해서 정작 대학 전공 분야는 잘 모른다. 영어교육에 대해서 내가 아는 정도는, 조울증 때문에 방황하느라 입학 후 13년 반 동안 학교를 다니다 겨우 졸업하는 동안, 서당에서 3년 밥을 얻어먹는 동안 풍월을 읊는 서당 개 정도이다. 다만, 네이버 검색을 잘한다. 조울증으로 집에서 오랜 기간 요양을 하는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경험과 시간이 쌓여 1만 시간의 법칙이 작용했는지, 어떤 정보에 대하여 빠르고 정확한 진위여부 확인이 가능한 검색의 달인이 되었다.


1999년 대학교 새내기 때 처음으로 한 일이, 과 선배를 따라 학교 전산실에 가서 이메일 계정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의 첫 이메일은 한메일이 아니라, 서비스가 중단되어 사라진 한겨레 신문사의 하니메일이었다. 한겨레를 좋아해서 하니메일을 만든 것은 아니었고, 선배 무작정 따라하기로 만든 나의 첫 이메일이 하니메일이었다. 처음 만든 인터넷 아이디는 내 이름 그대로 daham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daham이란 아이디는 전부 선점되어, 더 이상 daham이란 아이디를 만들 수가 없었다. 나의 이름을 그대로 쓰면서도 다른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나만의 아이디를 만들고 싶었다. daham에 story를 붙여 dahamstory라는 아이디를 만들어 퍼스널 브랜드로 사용해 왔다. 나의 이야기로 역사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무의식의 욕망이 나의 아이디에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다함스토리』는 나 최다함의 이야기이다. '사랑 에세이'요, '인생 에세이'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던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소녀를 사랑했다. 나는 소녀를 사랑했지만, 소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랑이란 무지개를 찾아 떠난 '인생 여행' '사랑 여행' 가운데서, 상사병과 조울증에 걸려 2030 청춘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개털이 되었다.


사랑의 끝에서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 아내 에미마를 만났다. 아내와의 사랑으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 요한이를 만났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결국 내가 세상에 바라던 단 하나 사랑을 얻었다. 다만, 그 사랑의 상대가 달라졌을 뿐이다.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글을 쓴다. 아내 에미마아기 요한이와 세 식구 밥 먹고 살기 위해, 낮에는 회사에 다닌다. 아내아들이 있는 집을 회사 삼아, 집에서 글 쓰고 책 내고 유튜브 하며 밥 먹고 살 수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 밤과 주말에 글을 쓴다. 나의 첫 번째 에세이집의 이름이 『다함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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