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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ug 13. 2021

나도 퇴사하고 싶은데, 월급의 맛이 맛있어서...

회사도 나를 필요로 하고, 나도 회사가 주는 월급이 필요하고...

회사 직원 한 명이 퇴사를 한다. 나의 역할이 매니저이니, 퇴사하는 과정에서 대표와 퇴사 직원 사이에서 할 일이 있다.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나는 대표와 다른 직원 사이에 애매한 존재라서, 마음 놓고 친해질 수도 없었다. 적절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매니저라고 내가 대표 편은 아니었다. 대표에게서도 다른 직원에게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표가 나에게 시키는 일을 마음에 들게 해 주고, 직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곤 했다.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사를 했다. 그 계약 기간이라는 것도 길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잘 모르지만 회사와의 갈등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동안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처음 입사할 때부터 최대한 빨리 회사를 떠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직원이 퇴사하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부럽기도 하다. 나도 퇴사하고 싶다. 그렇지만, 월급의 맛 때문에 퇴사할 수도 없다. 무식하고 용감하게 퇴사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여 한 방 빵 터트리면 현재 회사의 월급의 맛과 비교할 수 있는 돈의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내가 있고 아빠가 되는 이 나이에, 하이 리턴을 위해 하이 리스크를 감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회사와 사회와 조직과 친해지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여전히 내 안에 내적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것을 외부에 드러내지는 않는다.


나의 로망은 집 마루에 노트북 앞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고 인터넷을 통해 글감을 수집하고 생각을 하면서, 인터넷 상에 글을 쓰는 것이다. 브런치, 네이버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 말이다. 그리고 그 글들은 모아서 책으로 낸다. 그리고 그 텍스트를 영상 콘텐츠로 가공하여, YouTube 방송을 한다. 그리고 온오프라인 강연을 하고, TV에도 출연한다. 뭐 이런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꿈만 꾸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로망이 이루어지도록 충분히 많은 시간을 그 일에 내 시간을 던지지 못하는 것뿐이지, 소소하게나마 아직은 큰 의미는 없으나마 하고는 있다. 


지금 당장 퇴사해서, 집에다가 사업자등록을 내고, 내 책을 주로 내고 원하는 사람들 책을 내주는 1인 출판사를 할 수도 있는데, 일단은 회사 다니며 돈 벌다가 뭔가 잡히는 게 있을 때 시작한다. 물론 회사를 다니며 버는 돈으로 한 달 벌어 한 달 산다. 풀타임으로 일하지만, 아직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이라서, 미래 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저축할 만큼 남지도 않는다. 한 달 벌어 한 달 산다. 그래서 이래서 미래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정말 즐거워서 평생 회사 다니고 싶어서 회사 다니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마음속에 사표 한 장씩 쓰고 다닐 것이다. 다만, 던질 용기도 배짱도 비빌 언덕도 기반도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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