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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ug 15. 2021

새벽 5시 에세이 절반을 읽고 글을 쓰고 아내와 공원에

새벽 5시 눈이 떠졌다. 21살 때 조울증이 시작되었다. 조증이 시작되거나 재발되었을 때 지나치게 잠을 적게 자기 때문에, 또 잠이 적어지면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에, 주치의 선생님이나 부모님이나 아내는 내가 잠을 차라리 많이 자기를 원하지, 적게 자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물론 요즘에는 잠을 적게 잔다고 하여, 극단적으로 적게 자는 것은 아니다. 잠을 적게 잘 때는 7시간에서 6시간 잔다. 꾸준한 정신과 약물과 상담치료와 아내 에미마의 사랑으로 조울증을 극복하기 전에, 여전히 조울증에 영향권에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의 삶은 살았을 때, 나는 보통 10시간 이상 잤다.


잠이란 게 자면 잘 수록 졸린다. 8시간 꽉 채워 자는 것보다, 조금 모자라다 싶을 정도로, 7시간에서 6시간 정도 잘 때, 컨디션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물론 이는 건강한 사람에게 해당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은 잠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자는 게 좋다. 약 먹고 침 질질 흘리면서 잠만 자는 게, 모든 순간에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차라리 그게 상대적으로 안전할 때도 있다. 그게 답은 아니지만 다른 대안이 없을 때가 있다.


작년에는 수원에서 강남역으로 출판편집디자인 직업 훈련을 받으려고, 지금은 수원에서 신촌으로 회사 다니느라고, 넉넉 잡아갈 때 두 시간 올 때 두 시간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많이 자도 8시간 잔다. 그런데 8시간을 푹 자면 더 졸린다. 오가는 전철역에서 내내 졸면서 가야 한다. 회사에서 조는 일은 없지만 말이다. 또 회사 업무를 보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는데, 작가가 되기 위해서 글감을 찾아 잃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데는, 상당히 지장이 있다. 생각이 느려지고 떠오르지 않고 그런 게 아니다. 글이라는 것도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그 순간에 쓸 수 있는 글을 쓰면 된다. 양보다 질이 아니라 질보다 양이다. 압도적인 양의 글을 쓰다 보면, 당연히 글의 질도 달라진다. 또한, 꾸준히 많은 양의 글을 쓰다 보면, 그 글들을 가져다가 상품을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고자 하는 콜이 들어온다. 문제는 잠을 많이 잘 때는, 글을 쓰고자 하는 생각 의지가 들지 않는다.


조증이나 우울증이 아니고, 몸과 정신이 온전히 건강할 때는, 약간 모자라게 자는 게 좋다. 하루에 3 ~ 4 시간이나 그 이하를 자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거는 특별한 사람 아니면 아니고, 7시간에서 6시간 정도 자는 게 좋다. 내 이야기는 8시간 자는 것보다 6시간 자는 게, 시간 낭비하지 않고 더 많은 시간을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시간을 자고 적은 시간을 깨어 있어도,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한다.


그런데 이건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개인적인 편견일 수도 있는데, 푹 자는 것보다 약간 모자라게 자는 게, 정신이 더 또렷하다. 물론 다소 날이 서고 뾰쪽해지기는 하다. 대신 정신도 날이 서서 생각이 섹시해지기도 하다. 내 개인적인 뇌피셜일 수도 있다.


일부러 잠을 적게 자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일부러 잠을 많이 자지도 않는다. 한 번 잠을 깨면 오늘 잠 적게 잤으니 더 자야지 하고 도로 눕지 않는다. 그때 일어나서 잠을 깨워야지 잠이 깨지, 도로 자면 잠이 더 온다. 물론 졸린 날은, 회사 가느라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날은, 조금 늦장 부려도 회사 늦지 않을 것이라는 배짱이 생기는 순간은, 더 자기도 한다. 잠이 깨어 내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 오늘 덜 잤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더 자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불을 켜고 마루에 나와서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작가인 남궁인 작가의 <제법 안온한 날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부제가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 이야기>이다. 내 돈 내고 산 것도, 서평단 모집을 통해 서평의 대가로 책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네이버블로그 Lifelog.Blog 블로그피플 인터뷰 감상평 이벤트에 당선이 되었다. 그냥 책이 아니라 친필 사인본이다. 200명 한정해서 주는 이벤트이다.

새벽에 책을 절반 정도 읽고, 책에 대한 서평을 썼다. 제대로 된 정식 서평은 아니고, 카드뉴스 한 장 만들고, 내가 찍은 책 사진과 관련 이미지 찾아서 넣고, 책 문장 중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 몇 개 적고, 그리고 내 짧은 생각을 적었다. 그 생각은 책 내용에 대한 공감이라던지 비평이라던지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책 읽다 보니 떠오른 내 생각을 적었다.


내 원래 블로그 콘셉트는 [일상, 생각]인데, 네이버블로그에서 [일상, 생각] 분야로는 네이버 인플루언서가 될 수가 없다. 인플루언서 신청을 받는 장르가 있는데, 그중에 내가 신청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는, '도서' '육아' '여행' 정도밖에 없었다. '여행'을 하려고 하다가 여행 다닐 돈도 없는 내가 여행 블로그를 쓰기도 그렇고, 9월에 태어날 아이를 주제로 '육아'를 하려다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를 주제로 육아 블로그를 하기도 그렇고, 도서 블로그를 해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내가 써왔던 블로그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래 내가 추구했던 스타일로 돌아가되, 많은 사람들이 검색할 작가의 저서를 주제로 마음에 와닿는 문장 몇 문장 옮기고,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 몇 마디 적고 그렇게 나아가 보려고 한다.


브런치는 책을 쓰고 작가가 되기 위한 공간이고, 블로그는 네이버 애드포스트를 통한 광고수입을 얻기 위한 공간이다. 브런치는 출판사 대표 또는 에디터 또는 공모전 심사위원 한 사람을 움직일 글을 써야 하고, 블로그는 불특정 다수가 관심을 가지고 읽고 검색에 노출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많은 네티즌들이 내 글 안에 광고를 볼 수 있을 만한 글을 써야 한다.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평소처럼 집중력이 없고 재미가 끝까지 가지 않아서 중간에 접은 것은 아니고, 끝까지 읽고 싶었는데, 아내 에미마가 일어났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내는 매일 산책을 다닌다. 예전에는 늦은 오후 4시 이후에 다녔는데, 요즘에는 덥다고 새벽에 다닌다. 예전에는 주말에는 나를 끌고 다녔는데, 내가 산책 가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고, 평일에는 회사 가야 해서 푹 자야 한다고, 내가 일찍 일어난 날도 더 자라고 나를 놓고 혼자 다녔다. 주말에 아내에게 끌려 다닐 때는 나가기 싫어서 중얼중얼거렸는데, 또 아내 혼자 다니니까 그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내 뜻은 혼자 가라는 게 아니라, 내가 쉬는 토요일 일요일은 아내도 집에서 쉬라는 뜻이었다. 한동안 아내 혼자 다니더니, 최근 며칠 내가 일찍 일어나 책 읽고 글 쓰기 시작하면서, 아내가 "오빠, 같이 갈까?" 그런다. 나도, "좋지."하고 따라나선다. 아내 에미마는 남편인 나랑 가는 게 재미있나 보다.


아내와 산책을 다녀와서, 아내가 해준 아침식사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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