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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ug 30. 2021

아내와 처음 만난 날, 우리 아기랑 처음 만난다

9월 10일 아내 에미마와 우리의 아기 (태명) 사랑이가 태어난다. 원래 예정일은 9월 17일이었고, 예정일은 그저 예정일일 뿐, 더 일찍 태어날지 더 늦게 태어날지 가봐야지 아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려면 머리가 아래로 발이 위로 가야 하는데, 우리 아기는 머리가 위로 다리가 아래로 가 있어,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태어나게 되었다. 지난주 병원에 가서 제왕절개 수술 동의서를 썼다.


9월 10일 날짜는 아내가 정했다. 수술할 수 있는 날짜 중에서 담당 의사 선생님 스케줄이 되는 날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날이 9월 10일이었다. 아내가 9월 10일을 아기가 태어나는 날로 정한 것은, 3년 전 9월 10일이 아내와 내가 네팔 카트만두에서 처음 만나서 약혼식을 한 날이기 때문이다. 지인 소개를 통해서 알게 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소개를 듣고 결혼을 생각한 후에, 그해 6월부터 카카오톡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네팔과 한국 사이에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9월 처음 만난 날 양가 상견례를 하고 약혼식을 하고, 12월에 다시 네팔에 가서 결혼식을 했다.


남녀가 만나서 4계절은 사귀어 봐야지 안다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주 오랫동안 사귀다 결혼한 커플도 이혼하거나 권태에 빠지기도 하고, 우리처럼 초스피드로 만나서 결혼한 커플도 잘 살기도 한다. 나는 우리처럼 초스피드 결혼이 좋다고 일반화할 생각은 없다. 나와 아내 에미마 만의 특별한 케이스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 빠르기는 했다. 그렇지만, 아내 에미마와 나 우리들에게는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2018년 9월 10일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서 아내 에미마를 처음 만났다. 물론, 그해 5월 경부터 서로에 대해서 소개를 받았고, 아마 6월 초부터 카카오톡으로 사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보통의 국제결혼처럼 국제결혼정보업체를 통하여 소개받은 것은 아니다. 고모가 아주 잘 아시는 절친분이 네팔에서 아주 오랜 기간 살고 계시는데, 그분이 네팔에서 딸처럼 생각하는 아가씨가 아내 에미마였다. 네팔과 한국에서 아주 멀리서 소개받았지만, 지인을 통하여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소개받았다.


아내와 처음 만난 9월 10일, 3년 후 같은 날 우리 아기랑 처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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