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Sep 04. 2021

새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수엠부 레스토랑에 가다

우리 회사는 공식적으로 신촌역 1분 거리에 있다. 신촌역 출구로부터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신호에 걸리는 것까지 계산하면 실제로 평균으로는 조금 더 걸린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신촌역으로 들어왔을 때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에는 전화를 받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귀에다 가져다 대야 했지만, 이제는 폰으로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통화를 한다.




작년 삼성노트북 갤럭시북 Flex를 사면서, 프로모션 할인으로 갤럭시 버즈+를 샀다. 잘 썼는데 아내와 함께 철원 고모 농장 일을 도와드리기 위해 갔다가, 츄리닝 주머니에 넣었다가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빠트렸다.

10만 원대 값비싼 이어폰을 잃어버리고, 만원 대 가성비 이어폰 QCY를 샀다. 이번에는 산지 얼마 안 되어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귀에서 빠져 버렸다. 당시는 어머니로부터 용돈 받아 살던 때라, 다시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이후로는 대신 유선 이어폰을 가지고 다녔다.


"오빠, 블루투스 이어폰 하나 사요."

"저번에 샀던 만 얼마 하는 거 싸고 좋은데, 그거 살까?"

"싼 거 사지 말고, 좋은 거 사요."


그동안 블루투스 이어폰이 없어 불편했지만, 이미 두 개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유선 이어폰으로 만족하고 있을 때였다. 취업을 하여 집에 돈을 가져오기 시작한 지 몇 개월이 되니, 아내 에미마가 먼저 블루투스 이어폰 필요하지 않냐고 사라고 먼저 이야기 해 주었다.

5만 원 대 JBL TUNE 115를 샀다. JBL은 하만이라는 회사의 브랜드인데, 몇 년 전 삼성전자가 인수하여 현재는 삼성전자 계열사이다. 아주 비싸지도 아주 싸지도 않은 가격 대의 이어폰이다.


월급으로 나를 위한 JBL TUNE 115 검은색을 하나 샀고, 네이버 블로그에 2년 동안 글을 쓴 것에 대한 네이버 애드포스트 광고수입 5만 원을 처음으로 정산받게 되어, 어머니를 위해 빨간색을 하나 사서 선물드렸다.




"오빠, 오늘 올 때 수원역으로 와요?"

"글쎄. 수원역으로 갈 수도 있고, 화서역에서 갈 수도 있지. 왜?"

"수원역, 수엠부 레스토랑에서 #&$& 사기로 했는데, 5000원 주고 가져와요!"

"고추 사 오라고?"

"#$%# 사 오라고요."

"아 몰라 몰라. 가서 주는 것 가져올게."



수원역 근처에는 인도-네팔 레스토랑이 정말 많다. 수엠부 레스토랑은 그중 우리가 가장 많이 갔던 네팔 레스토랑 중 하나이다. 비싸서 자주 가지 못하고, 아내가 임신을 해 최근 가지 못했지만 말이다. 아내가 네팔 고향 음식이 그리울 때는, 아직은 우리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둘이 먹으면 3만 원은 생각해야 하는 네팔 레스토랑에는 잘 못 가고, 수원역 네팔 식자재 마트에서 재료를 사 와서 해 먹던가, 아니면 그냥 동네 마트에서 한국 식재료를 사서 네팔식으로 해 먹는다.


수엠부 레스토랑에 가니, 여사장님께서 냉장고에 넣어 둔 봉지 하나를 가져다준다. 네팔 고추다. 우리나라 고추랑 좀 다르게 생긴 네팔고추다. 작고 동글동글 하다. 5천 원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여사장님이 "임신 아니면 돈 받는데, 에미마 임신 축하로 돈 안 받을게요. 그냥 가져가세요." 하셨다.




주말이 되었다. 그 사이 월급을 받아서, 지금은 통장이 빵빵하고 여유롭다. 월급이 막 들어왔을 때는 풍년과도 같아 마음도 여유롭다. 월급이 떨어져 갈 때가 되면 흉년과도 같이 마음도 타들어 간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처럼 하루살이 인생은 아니지만,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형편이기 때문에, 월급이 들어온 날은 삶도 여유로워지고, 월급이 들어올 때가 되면 삶도 다소 불편해진다.


"에미마, 월급 탔는데. 이번에 네팔 식당에 가야 하는데. 에미마가 만삭이라서. 토요일 병원 가다 오는 길에 네팔 음식 사 올까?"

"보자."


아내의 "보자."는 긍정의 답변이다.



21살에 조울증이 생겼다. 환자마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와 같은 경우에는 약을 꾸준히 먹으면 괜찮고, 안 먹으면 심란해진다. 물론, 나의 조울증을 조절하고 극복하게 하는데 최고의 공헌자가 아내 에미마란 것은 주치의 선생님도 인정하시는 부분이지만, 그것도 매일 꾸준히 약을 먹고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조울증을 극복했다고 하면, 어떤 분은 약을 끊고 극복했다고 오해를 하시는데, 그런 극복은 없다. 약을 먹으면서 관리하고 조절해 나가는 것이다.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타 온 약을 먹으면서 관리하고 조절한다. 아내 에미마가 내 곁에 있어주는 것이 절대적이지만 말이다.


격주 토요일 병원에 간다. 병원이 집에서 가깝지는 않은데, 우리 집 앞에서 병원 앞까지 한 번에 다이렉트로 가는 버스가 있다. 그 버스가 수원역을 경유해 간다. 아내에게 병원 다녀오는 길에 네팔식당에 들려 네팔 음식을 오래간만에 사다 먹을까 하니까 아내 기분이 좋다.


"수엠부 가서 사 올까? 아니면 다른 네팔 식당에 가서 사 올까?"


수원역 근처에는 인도-네팔 식당이 정말 많다. 인도-네팔이 같은 문화권이라, 보통 인도-네팔 레스토랑으로 묶어서 한다. 네팔인이 운영하는 인도-네팔 레스토랑도 많다.


"아니, 당연히 수엠부 가서 사 와야지. 네팔 고추 공짜로 줬잖아."


내가 아는 아내 에미마는 의리가 있는 여자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 에미마를 만나게 된 사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