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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Sep 19. 2021

초보 엄마 초보 아빠의 산후조리원 체험기

우리 아기 요한이가 역아로 있어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제왕절개 시 4.36kg여서 역아가 아니었더러다도 제왕절개를 했어야 했다고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어머니께 하니, 나와 동생 둘 다 4.5kg로 태어났는데 어머니께서는 둘 다 자연분만을 하셨다고 한다. 우리 아기 요한이는 제왕절개로 예정일보다 일주일 일찍 태어났기 때문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났으면 4.5kg를 넘었을지도 모른다.


예정일은 예정일일 뿐, 예정일을 지켜서 태어나는 아기의 확률은 많지 않고, 예정일 전후로 태어난다고 한다. 우리 아기는 제왕절개로 태어났기 때문에, 수술 날짜를 아내 에미마가 정했다. 아내와 내가 카카오톡으로 연애를 하다가, 처음으로 네팔에서 만나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약혼식을 한 9월 10일을 우리 아기 태어나는 날로 정했다. 물론, 제왕절개 날짜를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날짜가 우리가 정할 수 있는 날짜 중 하나였다.


9월 10일 11시에 수술을 하기로 했는데, 9시까지 병원 입원이었다.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가 옷을 가라 입고, 수술 준비를 한 후에, 수술이 시작되는 시간까지 수술실 옆 방에서 남편인 내가 아내 곁에 있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수술시간 11시가 되면서 나는 수술실 밖 복도로 나가게 되었다. 수술이 1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나는 수술 시작 후 상당 시간이 있어야 아기가 태어나는 줄 알았다. 아기는 11시 8분에 태어났고, 수술시간 1시간이라는 것은 수술한 곳을 봉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나는 아기가 그렇게 빨리 태어나는 줄 모르고, 와이파이와 커피가 있는 곳을 찾아가 있었다. 아기가 막 태어나고, 아내를 잠깐 깨워 아기를 보게 하고, 다시 잠들게 했는데, 나는 그 시간에 거기 없었다. 그런 이유로 수술 회복하느라 5박 6일 병원에서 입원하고, 산후조리원으로 옮기는 날에서야 아기를 처음 안아볼 수 있었다. 신생아실 유리 사이로만 아기를 보았다. 산후조리원에 있는 지금도, 아내는 수유하러 가면서 아기를 직접 보지만, 나는 신생아실 유리 사이로 아기를 본다.




5박 6일 출산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수술 회복 차 입원해 있을 때였다. 거의 모유수유를 시작한 지 초기였던 때였다. 첫 출산이고 모유수유가 처음이었을 때라, 나도 아내도 모유수유 타이밍을 잘 몰랐다. 신생아실에서 모유수유하라고 전화가 왔는데, 우리는 그때 막 식사를 하려던 차였다.


"지금 식사를 막 하려던 차인데 밥 먹고 갈까요? 아니면 지금 바로 갈까요?"

"아. 그러시면 이번에는 여기서 먹이고, 다음번에 수유하세요."


진짜 몰라서 물어봤던 것이다. 배고픈 아기가 우리가 밥 먹는 시간을 기다려 줄 수 없다는 것을 진짜 몰라서 물어봤던 것이다. 나의 질문 자체가 우문이었던 것이다. 그냥 밥을 놓고 내려갔어야 했다. 다만, 나는 진짜 밥 먹고 수유하러 가야 하나, 밥을 놓고 수유하러 가야 하나, 진짜 몰라서 물어본 것이다.




산후조리원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밥이 왔다. 그런데 그때 수유하라고 전화가 왔다. 밥을 놓고 수유하러 올라갔다 왔다. 모유수유하고 바로 와서 유축을 하라고 하는데, 밥 먹으려다가 모유수유하러 갔기 때문에, 모유수유하고 와서 일단 밥을 먹고 유축을 했다. 모유수유하고 와서, 밥을 먹고, 유축을 하니, 아기가 깨어서 다시 모유수유할 시간은 되었는데, 아내 젖은 비어 있었다.


산모가 출산 후 몸조리하는 곳이 산후조리원이라고 하지만, 산후조리원 생활의 중심은 아기이다. 밥 시간은 8시, 12시, 5시로 일찍 나오는데, 그 시간에 맞추어 먹지 못할 때가 많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가 부부의 중심이 된다고, 산후조리원 생활의 중심도 아기다.


아기에게 수유하고, 유축기로 유축하고, 그리고 그 사이에 밥 먹고, 마사지도 받고, 피곤하니까 잠도 자고, 간식도 먹고,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엄마의 모성은 위대하지만, 아내 에미마에게 모성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에미마도 아직 초보 엄마이고, 곁에서 아내를 돕는다고 돕는 나도 아직 초보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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