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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26. 2021

KT 네트워크가 끊겼던 잠깐의 카오스

우리 회사는 오전 10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이다. 수원이 집이고 회사가 신촌이라, 아침 8시에 집을 나와서 9시에 들어온다. 나는 신촌 회사로 바로 출근하지 않고, 격일로 하루는 방배 하루는 이대 지점을 돌아보고 회사로 향한다. 지점에서 주로 하는 일이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청소하는 것이다.


방배에서 신촌으로 가는 전철 안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앱으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인터넷이 갑자기 되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이상이 있을 때는 전원을 껐다 켜 본다. 전원을 여러 번 껐다 켰는데 아무런 진보가 없다. 전철에서는 자신의 통신사 와이파이를 무료로 잡아 쓸 수 있는데, 와이파이조차 잡히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고장 났나 싶어, 삼성 서비스센터에 가야 하나 생각했다. 근무 중이라 시간을 낼 수 없는데 말이다.


나만 안 되는지 다 안 되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옆에 앉은 아저씨도 카톡 대화창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 뭐가 잘 안 되는 듯 보였다. 그 아저씨도 결국 스마트폰을 껐다 켰다. KT 5G 로고가 떴다. KT 네트워크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옆에 아저씨가 폰을 껐다 켰을 시점 인터넷이 도로 돌아왔고, 그때 즈음 나는 인터넷 검색으로 KT 네트워크 장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 옆의 아저씨는 뉴스로 그 사실을 알기까지는 스마트폰을 껐다 켰더니 네트워크가 정상화되었다고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초연결 사회에서 네트워크가 잠시 중단이 되는 것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금방 돌아올 텐데 말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외장 뇌가 되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잠시 중단이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낀다.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결제가 안 되어 소상공인은 한 시간 공치고, 배달이 중단되고, 보안장치가 작동 중단되어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런 피해 사례들이 발생했다고 한다.


사실 이 글은 KT 네트워크 사고가 나고 인터넷이 정상화된 직후에 바로 그 뉴스가 따끈따끈할 때 완성이 되었었는데, 저장을 안 한 상태로 다른 일을 보는 순간 날아갔다. 어쩌다 브런치 앱에 글을 쓰다 저장하지 않고 다른 일을 보다 쓰던 글이 날아갈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KT 임직원 몇몇은 징계당하고 좌천당하고 옷을 벗을 것이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인데, 이런 일은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씩 일어날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이 안 될 때는 내 스마트폰을 잡기 전에, 주변에 다른 사람들 중에도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 있는지 둘러보는 게 좋다. 해결책은 스마트폰을 덮고 정상화될 때까지 차분히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금방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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