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Nov 07. 2021

아이의 뛰는 소리와 아기의 우는 소리

나는 아파트에 산다. 집을 나서고 들어올 때 이웃들과 마주친다. 그중에는 영혼 없는 형식적인 인사만 하는 사이도 있고, 안부를 묻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사이도 있다. 정서적으로 교감하다고 하여, 집을 왕래하며 친구처럼 지낸다는 것은 아니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을 때, 이런저런 개인사와 서로의 동정을 묻기도 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아예 모른 척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고, 같은 교회 권사님이 밑에 집에 살기도 한다. 내가 다니는 교회는 작은 교회이기 때문에, 모든 교인들은 사실 상 확대가족과 마찬가지이다. 우리 집 밑층에 사시는 권사님은, 가끔 우리 집에 오가기도 하시는데, 그것은 아파트 이웃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교회 성도라서 그렇다.


"아기는 울면서 크는 거야. 밤에도 울고. 아기 우는 소리는 이해하니까. 울어서 시끄럽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바로 윗집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랑 비슷한 연배이실 텐데,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신 지 오래이다. 손자를 낳으셔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니라, 연세가 그렇게 되셨다. 윗집 할머니 할아버지의 귀에도, 아직은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고, 집에서만 지내는 요한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나 보다. 윗집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기고 우는 것은 당연하고, 아기의 우는 소리는 기쁜 소리이니 시끄러울 것을 걱정하지 말라 하신다.


층간소음 때문에 아랫집 윗집 이웃 간의 멱살을 잡고 칼부림이 난다. 윗집 아랫집 문제 만은 아니라고 한다. 아파트 기둥이 흔들려서 나는 소리이기도 해서, 위의 위의 집의 소리가 밑으로 전달되기도 하고, 아래 아래 집의 소리가 전달되기도 한다고 한다.


이웃 간의 소음 때문에 싸움이 나는데, 우리 아파트 이웃들은 다들 우리에게 아기 울음소리를 크게 연연하지 말라고 하는데, 우리 부모님께서 이웃들에게 선한 인상을 평소에 남기시기도 했고, 이웃분들도 좋은 분들이셔서도 그렇지만, 아이가 뛰는 소리와 아기가 우는 소리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아이가 뛰는 소리에는 이기심이 담겨 있다. 우리 아이 스트레스받지 말고 마음껏 뛰어 놀라고, 마루에서 뛰어놀아도 부모가 제지하지 않는 것이다. 아기 우는 소리는 아기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고, 아기의 탄생은 사회의 축복이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이해받기 쉬어도, 아이의 뛰는 소리는 이해받기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한이 50일 사진 찍으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