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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Nov 23. 2021

회사에서 하는 일


동생 회사에 다닌다. 동생이 불렀다.


"형도 아기가 태어나니 돈이 필요하고, 나도 이제 직원이 필요하니, 우리 회사에 와서 일해."


동생은 음악연습실 대여 사업으로 1인 기업을 운영해왔고, 나는 한 달에 두어 번 가서 분리수거와 청소를 했다. 기타를 전공했는데 음악 연습실에서 연습하며 음악 자체보다 음악연습실 사업에 꽂혔나보다. 여러 지점을 무인으로 운영하면서, 예약을 무인화 자동화하는 앱을 외주로 개발했다. 외주 개발사와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미완성으로 개발이 종료되었다. 동생이 직접 6개월 간 앱 개발 교육을 받고 앱 개발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일이 커지기 시작했고 1인 개인사업을 법인 주식회사로 전환하여 스타트업으로 새로 시작했다.


그동안 음악연습실은 임대한 공간이었다. 지하철 역세권에 70여 평 오피스텔 상가 공간을 샀다. 공유오피스와 카페 겸 돈가스 레스토랑을 만들었다. 공유오피스 한 칸에 우리 회사 개발팀이 들어갔다. 애초 구상은 무인으로 사업장을 관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었다.


동생은 연습실을 몇 군데 운영하면서, 공유오피스와 레스토랑을 시작했다. 공유오피스 한 칸에 우리 회사 개발팀이 들어갔다. 공유오피스와 레스토랑을 오픈한 것도 처음 만드려던 앱을 실제 사업장에서 테스트 해보려는 목적도 있었다.


동생이 만들고 싶었던 앱은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고용해 개발에 들어가니 생각 이상의 난이도가 있어, 대신 지금 만들 수 있는 다른 앱을 만들어 출시했다.




회사에서 나는 매니저다. 이것저것 다 한다. 이전에 해오연습실과 새로 오픈한 공유오피스의 분리수거와 청소를 한다. 레스토랑이 바쁘면 주방보조를 하고, 식당에서 양배추가 필요하면 이마트에 가서 사다 준다.


외부 지원사업이 있으면 지원 문서를 쓰고, 관계 기관에 전화해서 동생의 문의사항을 문의하고, 동생이 원하는 정보를 문서로 만든다. 계약서를 쓰고, 월급명세서를 만들고, 직원 연차신청서를 받아 동생에게 전달하고 승인여부를 직원에게 알린다.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은 광범위하다. 정해진 루틴들도 있으며, 수시로 생기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


동생의 손발이 되어 이것저것 다 한다. 내가 이 일 저 일 다해도, 동생은 더 많은 일에 파묻혀 있을 것이다. 동생의 일은 날이 가면 갈수록 많아지고, 그 일은 순차적으로 나에게 온다.


음악연습실, 공유오피스, 레스토랑, 앱 개발 등 여러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다른 직원 회사의 모든 일과 관계하며 일 하지는 않는다. 식당 직원은 식당에서만 일하고, 개발자들은 개발팀에서만 일한다. 회사의 모든 영역에서 일하는 것은 동생과 나 뿐이다.




회사가 살아있는한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내게 오래 일할 생각이 없다. 나는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가 있는 집에서 책 읽고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 다니는 작가로 살 것이다. 그때까지 회사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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