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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Nov 26. 2021

리버시

리버시라는 게임이 있다. 오델로 게임이라고도 한다. 바둑돌로 하는 보드게임이다. 바둑돌로 하는 게임이야, 바둑 오목 알까기 등 여럿 있지만, 그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리버시라는 게임은 조금 다른 룰과 재미가 있다.


리버시 또는 오델로라 불리는 이 게임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리버시도 백돌과 흑돌 바둑돌을 가지고 하는 여느 게임처럼 땅따먹기 또는 자리싸움이지만 조금 다른 차원의 룰과 재미가 있다.


이 쪽 끝과 저 쪽 끝을 흑이 막으면 중간의 백돌은 흑이 된다. 양쪽 끝을 막으면, 중간의 것이 다른 색으로 뒤집힌다. 중간과 과정은 의미가 없다. 양쪽 끝이 막히면 게임이 뒤집힌다. 이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 게임을 보면 끝날 때까지 누가 이길지 모른다.


세상 여론도 리버시 또는 오델로라 불리는 이 게임과 같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사람이 이야기하면 이쪽으로 여론이 쏠리고, 저 사람이 이야기하며 저쪽으로 여론이 쏠린다.


문득 이 게임이 생각이 나서 앱을 깔아 플레이해 보았다. 요즘에는 거의 모든 것을 스마트폰이 먹었다. 고스톱도 폰으로 하고, 거의 모든 것을 폰으로 한다. 어르신이 폰으로 고스톱을 하는 장면이나, 여자가 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 여자라고 게임하는 게 특별한 게 아닌 세상이지만, 여자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웃음이 난다.


나는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게임을 시작할 나이에 게임을 하지 않아, 게임을 배우고 싶은 욕구 자체가 없다. 가끔 오목이나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게임을 깔았다 지운다.


아주 잠깐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골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공을 저 하늘로 쳐서 띄어 놓고 드넓은 잔디를 몇이서 담소 나누며 걷는 게임을 하고 싶었다. 저 하늘에 공 하나 띄우고 그 공이 있는 곳으로 산책이나 하는 게임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나중에 돈을 아주 많이 번다해도 전혀 생각이 없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싫어져서가 아니라, 뭐든지 배울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배울 열정도 사라진다. 평생교육의 시대라지만, 나이기 들수록 내가 파는 한 길에 대하여 평생 학습을 해야지, 세상 모든 것을 배우는데 흥미가 남아 있지 않다.


테니스를 배우려면 대학 새내기 때 학교 테니스 동아리 입회비만 내면 선배들이 술 사주면서 가르쳐 줄 때 그때 배웠어야 했다.


대학 다닐 때 돈 내고 레슨 받으며 제법 폼을 익힌  탁구 정도야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더 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그것도 더 배우고 싶다기보다, 지금 가진 기술로 즐기고 싶다.


이제 마흔둘이지만, 무엇을 배울 나이는 지났다. 지금 가진 것을 가지고 일하고 즐기며 살아갈 나이다.


간만에 리버시 게임이 생각나 폰에 다운로드하여 게임 플레이를 하며 스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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