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생 부부가 아직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가 다솔이를 데리고 논산집에 왔다. 아직 왕대추가 뭔지 알지도 못할 다솔이에게 왕대추 따는 경험을 주겠다고, 할머니 할아버지 되시는 어머니 아버지께서 가장 빨갛고 예쁜 왕대추들만 따지 않고 남겨 두었다. 아가 다솔이는 자기가 하는 짓이 무엇인지 이해는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에 쥐게 한 왕대추를 땄다. 동생 가족도 어제 하루 시골집에서 함께 잤다. 오늘 서울 집으로 돌아갈지, 하루 더 있다 갈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오늘도 오전에는 아내 에미마에게는 온라인을 한국어를 배우게 했다. 아내가 한국어를 꾸준히 배우게 하고 싶은 마음보다도, 아내가 일로부터 쉬게 하고 싶었다. 아내는 아무리 힘들어도, 시부모님만 열심히 일하시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자기가 지쳐가는 것도 모른 채 끝도 없이 일을 한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지혜롭게 끊어 주어야 한다. 쉴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아내 에미마를 사랑하셔서, 당연히 농사보다 한국어 공부하는 강의가 먼저라고 생각하신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일보다도 아내가 힘들 때 언제든 쉬었다 가기를 원하시며 아내를 사랑하시지만, 그렇게 시부모님이 말씀하셔도 시부모님 댁에서 할 일이 남아있는데 아내가 쉴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인 내가 지혜롭게 착한 아내의 방패가 되어 주어야 한다.
아내 에미마는 내가 장염으로 병원에서 퇴원하고, 맹장수술을 마친 지가 얼마 안 되는데,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우려한다. 오빠가 쉬어야 하는데 하고 걱정한다. 에미마가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하여 내가 쉴 수도 없다. 내가 쉬면 아내와 어머니의 일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오늘의 왕대추를 수확하고, 분류하고, 박스에 넣어, 택배에 보내고, 상품성이 없는 왕대추를 잘라서 건조할 때까지, 오늘의 하루 일과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쉬지 않고 일을 해야, 아내와 어머니가 빨리 일을 마치고 쉬실 수 있다.
아내는 방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제수씨는 아가 다솔이를 돌보고, 아버지와 어머니와 동생 바다와 나는 농장에 나가 왕대추를 땄다. 왕대추는 가시가 많다. 한 손에는 장갑을 끼고 따고, 다른 손에는 장갑을 끼지 않고 땄는데, 장갑을 끼지 않은 손가락에 가시가 박혔다. 가시가 큰 가시가 아니라, 아주 작은 가시라, 피부 깊숙이 들어가 손으로 제거할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아버지께 가시를 빼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아버지께서 시력이 좋지 않으셔서 바늘로도 가시를 제거할 수가 없었다. 아내 에미마가 와서 바늘로 열심히 하더니, 안 나올 것 같았던 가시가 나왔다. 작은 가시 하나 박힌 게 엄청 신경이 쓰이고 짜증이 난다. 크게 아프지 않지만, 작은 가시가 손가락에 박혀 있는 게, 다른 일을 못할 정도로 나를 예민하고 짜증 나게 한다.
부부 사이에도, 부모님과 자녀 사이에도, 가까운 친구와 이웃 사이에도, 아주 작은 가시 하나가, 예민하게 한다. 서로를 상처 주고 한다. 다 좋은데 아주 작은 가시 하나가 서로가 한 지붕 아래서 살기 어렵게 만든다. 작은 가시 하나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들을 갈라놓게 하기도 한다. 작은 가시 하나는 시력이 좋은 사람이 바늘로 세심하게 꺼내면 바로 제거가 된다. 가시만 빠지면 너무 시원하게 행복해지는데 가시 하나가 우리의 삶을 무력하게 한다.
과거의 내 손에 박힌 작은 가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상사병에 빠져 그리움만 쌓인 게 나에게 작은 가시였다. 조울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했던 것이 나에게 작은 가시 하나였다. 작은 가시는 손으로 빼낼 수 없지만, 작은 가시 하나로부터 해방되어 시원하고 행복해지는 길은 의외로 단순하다. 시력이 좋은 사람이 바늘로 정밀하게 가시를 빼 내면 된다. 때로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무언가에 나의 목숨을 거는 게 정답이 아니다. 큰 능력과 테크닉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 가시를 제거하는 작지만 정확한 기술이 필요할 뿐이다. 자세히 관찰하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만 하면 상황이 끝난다. 가시 하나만 빼 내면 내 가능성을 100% 발휘할 수 있는데, 그게 되지 않으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어제 오늘은 우리 부부뿐 아니라, 동생 부부까지 와서, 온 가족이 왕대추를 따고, 분류하여 포장하고, 택배로 배송하고 있다. 사실 정신적으로는 나는 오직 글 써서 책을 내는 일에만 미쳐 있는데, 지금은 왕대추 수확으로 인해 방해를 받고 있다. 나의 가장 우선순위는 글을 쓰는 것이지만, 일단 현재는 왕대추 수확이 급하기 때문에, 왕대추 따고, 분류하여 배송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하고, 남는 여유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 내 브런치에 최다함 다이어리 매거진은 출판 목적이 아닌 매일의 순간순간을 남기는 매거진이고, 다함스토리 매거진은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대상 당선을 목표로 쓰는 매거진이다. 당선의 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1인 출판사를 차릴 것인데, 당선이 되면 나의 첫 책을 브런치와 기성 출판사를 통해 내는 것이고, 당선이 안 되면 집에다 사업자등록 내고 내 1인 출판사를 통해 첫 책을 출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