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Dec 22. 2021

홈트가 필요해


2000년 꽃 피는 봄날에, 스물한 살 꽃 피는 청년의 때 조울증에 걸렸다. 정신과 약은 중독이 없고 안전하다지만, 경미한 부작용은 있다. 손이 떨리거나, 소변이 자주 나오거나, 살이 찐다든가 하는 것이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다소 떨어뜨릴 수 있다. 손떨림은 약을 바꾸므로 사라졌다. 빈뇨는 비뇨기과에 가서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염 진단을 받고 장기간 약을 먹은 후 더 이상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소변이 보고 싶을 때마다 자주 화장실에 가서 긴장감을 해소한다.


이런 삶의 질이 다소 떨어지는 부작용은 있으나, 조울이가 약을 먹지 않을 때 나타나는 지랄발광이 인생을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빠뜨린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 정도의 부작용은 소소한 불편함이다. 또한 그 정도의 부작용은, 약을 바꾸고, 다른 자기 관리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조울증 약을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은, 조울증 약이 살을 찌운다기보다, 조울증 약을 먹으면 입맛이 땡겨 절제하지 못하고 급하게 많은 양의 음식을 먹게 된다. 내가 만성적으로 장이 좋지 않아, 대변 문제를 달고 사는 것도, 장이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과도하게 먹는 탓일 것이다. 이런 문제는 정신과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정신과에서 이런 문제까지 잡으려 한다면, 붕 떠서 조증이 나타나 인생 조지는 것을 충분히 안정되게 잡지 못하거나, 그 비용이 진료비에 청구되어 가난한 중생들은 구제되지 못할 것이다. 조울증이 걸리면 살이 찌는 다른 이유도 있다. 조울증은 조증보다 우울증이 길기 때문에, 우울한 기간에 움직임이 적어지고 잠이 많아지면 직빵으로 살로 간다. 조증이 한 번 나타나면 그 기운을 재우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안정이 필요한데, 그럴 때면 하루에 12시간 이상도 자기 때문에 직빵으로 살로 간다. 조증이 제대로 나타났을 때 안정이 되려면 한 3개월 입원한다고 보면 되는데, 3개월 동안 폐쇄병동에서 밥 먹고 TV 보고 간식 사 먹고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 지내다 퇴원하면, 5kg는 직빵으로 살로 간다. 그러면 곧 비만이 따라오고, 뒷골이 땡기고 관자놀이에 통증이 온다. 이쯤 되면 성인병이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고 약을 완전히 끊은 채, 기도원에 가고, 단식원에 가고, 채식을 하고, 한의원에 가고, 대체의학에 의존하면, 딱 한 달은 건강한 사람보다 더 건강해지는데, 곧 붕 떠서, 말이 많아지고 잠을 안 자도 졸리지 않고, 하루 종일 길거리를 걸어도 지치지 않고, 돈을 물처럼 쓰고 다녀 전 재산을 날리고 가산을 탕진하기도 하고, 성욕이 불 타 올라 얌전했던 사람이 문란한 청춘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쇠고랑을 차고, 빵에 들어가 푹 썩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가 그 정도까지 갔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한창 심란했을 때 나의 생각을 돌아보면, 한 발자국만 더 잘못 내디뎠으면 진짜 인생 종 칠 뻔할 수 있도 있었다는 안도의 한숨이 쉬어질 때가 있다.


약 외에 다른 극복 방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약을 끊고 다른 것들만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약 꾸준히 먹으면서, 다른 것도 같이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약을 먹으면서, 한의원도 가고, 심리치료도 받고, 여유만 있다면 좋다. 문제는, 지금은 약을 같이 먹다가, 좋아지면 한방치료와 심리치료를 하면서, 약을 천천히 끊어보자 하는 스탠스로 가면 위험하다. 그것은 조울증 처음 왔을 때 일 년 동안 꾸준히 치료받은 조울이들에게는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두 번 이상 재발한 케이스에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겠구나 생각하는 게 좋다.


지금 나는 비만이지만, 그렇다고 조울이들이 약 부작용으로 비만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운동으로 관리를 해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긴 썰을 푼 것이다.


9월 10일 아들 요한이의 아빠가 되었다. 아들 요한이를 위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 그래서 살이 찐다고 찌는 데로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운동을 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헬스장을 다닐 수도 없고, 그럴 시간적 경제적 여유도 없다. 코로나 정국이기도 하고 추운 겨울이기도 해서, 지금은 밖에서 운동은 어려운 시기이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홈트를 검색해 보았다. 혼자 홈트 하는 게 아니라, 퇴근 후 아내와 요한이가 보는 앞에서 홈트를 할 생각으로 말이다. 내가 운동을 한다고 유튜브를 틀어놓고 홈트를 하면 아내 에미마가 좋아할 것이다.



나 혼자 홈트 한다면 이런 유튜브 홈트 영상을 틀어놓고 하면 좋을 것이다.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이런 영상을 아내 앞에서 틀어놓고 하면, 아내 에미마의 눈꼬리가 매의 눈이 되어 올라갈지도 모른다.



이런 영상.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다. 어떤 면에서. 그러나 아내 에미마의 마음이 예민해지지는 않고 평안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