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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24. 2021

회사 가기 싫은 날


회사 가기 싫다. 재미없다. 행복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불행하다. 내 삶 전체는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가 있어 행복한데, 회사에 있는 주 40 +  α의 시간이 불행하다. 그 불행이 근무시간 내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다. 회사 가는 출근길과 회사에서 돌아오는 퇴근길과 나의 개인적인 일상 영역으로 불행이 확산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내가 다니는 회사와 회사의 일이 나랑 맞지 않는다. 회사 입장에서 내가 어느 역할을 하고 있고, 더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회사는 오로지 한 달 벌어 한 달 겨우 살만한 돈을 버는 것 외에는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 물론, 그게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딱 그 정도의 월급이 중요하니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털고 회사의 문을 박차고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집에서 글 쓰며 살고 싶다. 그렇다고, 손가락을 빨고 살 수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우리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카페 자리가 오래 비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그대로 살릴 수 있을 만큼 괜찮고, 구린 간판만 갈고, 메뉴판 사이니지 간판과 무인 계산 포스만 설치하면 된다. 책을 큐레이션 할 수 있는 선반만 추가하면 된다.


북카페를 만들어, 그 안에서 출판사를 하는 것이다. 북카페를 운영하고, 손님이 오면 주문을 받고, 나는 그 공간에서 출판사를 한다. 토요일에는 카페에서 줌과 유튜브로 북 토크를 한다. 작은 공간이기 때문에, 정원 내에서 미리 예약을 받아서 말이다. 나의 책을 내면서, 책을 내고 싶은 이웃의 책도 같이 만들어 주고, 내가 만들어 낸 책과 이웃이 출간한 책을 북카페 오프라인에 팔고, 네이버 쇼핑에 온라인 서점을 만들어 거기에서도 판다.


회사가 다니기 싫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현실성이 없는 꿈을 꾼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누군가 이미 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만한 돈도 없고, 어떻게 문을 연다 해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대박은 아니더라도 그냥 살아갈 수 있는 생활비는 나올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내가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도 현실성이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 나이에 아내와 아들이 있는 내가 모험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내가 본질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북카페와 출판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것이다. 만약에 출판사를 하게 된다 하더라도, 내 책을 내기 위한 출판사이고, 주변에서 책을 내고 싶은 지인들을 도와주는 것 거기까지만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글 쓰며 사는 그날이 오기까지, 지금의 스트레스로부터 현실성 있는 피할 길을 찾고 있으나, 피할 길이 없으면 그냥 스트레스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정면으로 받는 게 아니라,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응함으로써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스트레스는 내 마음의 문제이다. 사실 지금 하는 일이 내가 감당할 수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그렇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가 없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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