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직접 만들어 파는 1인출판사를 해볼까 생각해 보았다. 퇴사를 한 후에 할 수도 있고, 지금 회사를 다니며 할 수도 있다. 요즘 투잡 쓰리잡을 많이들 하니 말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하는 사업 중 하나가 공유오피스이고, 회사 대표가 동생이니까, 동생 사업장이고 내가 다니는 회사인 공유오피스에 나의 1인출판사의 주소지를 둘 수도 있다. 공유오피스의 서비스 중에는 비상주사무실 또는 가상오피스라 하여, 주소지만 두는 서비스가 있기도 하다. 사업자등록을 공유오피스에다가 할 수 있다. 출판사는 아파트나 자기 집에 등록을 할 수는 있지만, 집에다 사업자등록을 하면 대외적으로 가오가 서지 않으니 말이다.
내 책을 직접 만들어 내는 1인출판사를 만들어, 책을 내고 싶은 나의 이웃의 책을 같이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출판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아는 지인 두 명이 이미 자신도 책을 내고 싶다고 나에게 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다.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나를 통하여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한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은 본인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한지도 잊어버렸을 것이다.
1인출판사의 이름을 다함북스라 정했다. DAHAM BOOKS 이렇게 영문으로 써야 하나도 고민을 했다. 첫 번째 책으로 『다함스토리』라는 나의 첫 번째 브런치북을 내볼까 고민해 보았다. 브런치북 『다함스토리』의 글들을 퇴고하여 정리하고, 브런치와 블로그에 써놓았던 내 글들 중 책의 주제와 어울리는 몇몇 글들을 더 넣고, 한 권의 에세이집 단행본 분량에 모자란 부분에 대하여 책의 주제에 맞게 새로 몇 개의 글을 써서 첨부할까 생각했다. 기본의 브런치북 『다함스토리』를 초고로 하여 기획하여 새롭게 다시 쓰는 게 아니라, 이미 써놓은 글을 정리하고, 이 책을 위해서 써놓은 글은 아니지만, 브런치와 블로그 등에 써놓은 다른 글들을 추가하고, 모자란 부분만 새로운 글을 써서 추가할까 생각을 해 보았다. 새롭게 책을 쓴다기보다, 기존의 써놓은 글들을 『다함스토리』라는 책 제목과 주제로 엮는 것이다. 과거형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생각을 잠시 해보다가 지금은 접었다는 이야기다.
그냥 지금처럼 회사를 다니며, 브런치와 블로그 등에 내 글을 쓰기로 했다. 작가와 출간의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것까지만 내가 하기로 했다. 사실 내가 본질적으로 하고 싶은 것도 거기까지다. 다만, 조바심과 조급함이 들어서 다른 생각을 해본다. 비유하자면, 나는 배우로서 연기를 하고 싶은데, 나의 연기를 상품으로 만들어 줄 제작자가 없으니, 내가 직접 나를 배우로 파는 제작자가 될까를 생각해 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제작자의 능력도 경험도 돈도 없는 것을 고민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제작이 아니라연기다. 비유를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은 본질적으로, 출판인이 아니라 작가이니 말이다. 동네에 작은 북카페 창업까지 생각했던 것은, 비즈니스를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작은 북카페 만들어 거기서 글 쓰고 유튜브 하며 작가로 사는 것을 생각했던 것이다. 글 쓰는 작가가 운영하는 북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커피 타 주면서 말이다. 작은 북카페를 만들어, 거기서 내 1인출판사를 하면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온라인 서점을 만들어 내 책과 이웃의 책을 파는 일을 하는 것이, 비즈니스나 다른 목적이 아니라, 그냥 작가로 살고 싶은데,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딴 일도 해서 적정 스케일은 유지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생각을 심플하게 다시 정리했다. 지금 회사 다니면서, 글 쓰기로 했다. 내가 쓰는 글들이 도서시장에서 팔릴 자본주의 돈 냄새를 풍길 때가 되면, 출판사와 에디터가 돈 냄새를 맡고 콜을 하겠지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떤 길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현실적으로 다른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