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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19. 2022

어머니의 빠른 쾌유를 기도합니다


아버지께로부터 가족 단체 카톡이 왔다. 어머니께서 시골집 계단에 마당까지 굴러 떨어지셔서, 평생 고생하실 수도 있겠다 생각하셨다는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조금도 이상이 없고 깨끗하시다고 한다. 얼굴 광대뼈가 부러지고, 다리뼈도 부러지거나 금이 갈 상황인데, 천사가 받아준 듯 멀쩡하시다고 한다. 사고가 나고 처음에는 못 걸으셨는데, 반 깁스를 하시고, 지금은 절뚝이나마 걸으실 수 있으니, 살만 하신 것 같다. 병원에 일주일 입원하시기로 하셨는데, 코로나 상황이라 면회는 안 되고 홀로 계시다.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논산으로 귀농하셔서, 시골집에서 왕대추농장을 하시며 노년을 보내시고 계시다. 아버지께서는 초등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퇴직을 하셨다. 백석대 신학대학원을 야간으로 다니시고 목사님이 되셔서 교회를 개척하셨다. 투잡은 아니셨던 것이, 개척하시고 담임목사님이셨지만, 교회에서 사례금을 전혀 받으시지 않으시고, 자비량으로 교회를 섬기시고 봉사하셨다. 목사님 정년은 다른 직업보다 길어 보통 70세 정도인데, 아버지께서는 목사 직도 조금 일찍 내려놓으시고, 부목사님으로 계시던 고모부께 교회를 맡기시고 시골로 내려가셨다. 교회 설립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주일 출석 성도가 10명 남짓하는, 아직도 가장 작은 교회 중 하나이다.


아버지께서 정년퇴직을 하시고 귀농하셔서 왕대추농장을 하신 것은, 사실 나를 위해서였다. 오랜 조울증으로 마땅한 직업이 없던 나에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평생직장으로 농장을 만들어 주고 싶으셨다.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던 나는, 아버지와 귀농교육도 함께 받으러 다니고, 왕대추 농사도 함께 했다. 농장과 농사에 재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나를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은퇴 후 노후를 잠시 함께 해 드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농사를 하며 생산적인 일을 했기는 했지만, 돈이 안 되고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타서 쓰는 것은 아무 일을 하지 않던 때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더 이상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지 않아서, 2020년 시작하자마자 수원고용센터를 찾아가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취업성공패키지로 구직 상담을 받고, 수원에서 강남 학원까지 4개월을 출퇴근하며, 출판편집디자인 과정을 들었다. 취업을 하기 위해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골과 농장을 벗어나고 싶었고,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를 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매여 있을 생산적인 일이 필요했을 뿐이다. 출판편집디자인 과정을 열심히 재미있게 들었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를 할 시간과 여유가 없었고, 직업 상담과 직업 훈련을 받다 보니 취업을 하고 싶은 자신감과 생각이 들었다. 


출판편집디자인 분야의 기술을 취득했지만, 이 나이에 비전공자로서 신입으로 취업할 역량에는 이르지 못했다. 결국 2021년 1월 말부터 동생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회사 디자이너가 따로 있지만, 그때 배운 컴퓨터 디자인 능력이 일반 사무 업무를 할 때 도움이 많이 되기는 한다. 전문 디자이너로서는 부족한 역량이지만, 일반 사무나 디자이너가 바빠서 할 수 없는 SNS 카드뉴스 제작하는 등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아버지께서는 나의 평생직장을 만들어 주시기 위해서 왕대추농장을 시작하셨는데, 나와 아내는 다른 생각이 있어 다시 수원으로 올라왔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교회도 시골 동네로 옮기시고 완전히 시골집에 정착하셨다. 부모님께서는 논산 할아버지 집에서 사시고, 우리 세 식구는 수원 부모님 아파트에서 산다.


어머니께서 시골집 현관 계단에서 낙상하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 다행히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시지는 않으시고, 엑스레이 상으로는 아무 문제없으시다. 정말 다행이고, 하나님의 보우하심이다. 어머니의 쾌유를 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귀농하셔서 하시는 왕대추농장의 이름이 <다함 왕대추농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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