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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20. 2022

카카오뱅크에서 전화가 왔다


퇴근길 신도림역에서 1호선 서동탄행 열차로 막 갈아탔을 때였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보고 듣고 있던 스마트폰의 유튜브 영상과 소리가 끊기고, 발신자가 공개된 전화통화가 왔는데, 카카오뱅크라는 이름이 폰 화면에 떴다. 퇴근이 늦어 그때 이미 8시가 넘었는데, 이 시간에 왜 카카오뱅크가 나에게 전화를 하지 생각하며 콜을 받았다. 도박, 유흥, 통신사와 기기 변경, 보험, 대출 등등의 광고나 보이스피싱이 아닌, 카카오뱅크에서 전화가 왔다고 화면에 뜨니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최다함 고객님이시죠?"


남자의 목소리였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어떤 사람이 방금 주워, 신도림역 2호선 역무실에 가져다 놓았다고, 찾아가라는 전화였다. 전철이 막 신도림에서 떠났을 때 전화가 왔다. 신도림역 바로 다음 역 구로역에 내려, 다시 신도림역으로 돌아갔다.


신도림역 2호선 역무실이 어디 있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평소에 출퇴근하는 길목 근처에 역무실이 있었지만, 사실 그것만으로 역무실이 어디 있는지 보통 알지 못한다. 작년인가 퇴근길에 1호선으로 연결되는 2호선 역무실이 있는 층에서, 한 젊은 여자와 한 중년 남자가 싸우고 있었다. 젊은 여자의 주장은 남자가 자신을 기분 나쁘게 쳐다보았고, 자신을 건드렸다는 것이었다. 여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남자는 역 직원과 함께 조용히 역무실로 가서 CCTV를 확인했다. 경찰이 와서 상황을 정리할 때까지, 여자는 소리를 질렀고, 남자는 조용히 서 있었다. 나뿐 아니라 처음에 주변 여론은 남자가 여자를 건드렸나 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들 행인들 반응뿐 아니라, 역사 직원들의 반응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기울어 갔다. 그 상황만으로는 전부 알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여자와 길 가는 아저씨 간의 시비와 충돌이 있었던 것이다. 여자와 시비가 붙은 남자가, 자신의 죄 없음을 소명하기 위해 CCTV를 확인하러 들어간 역무실에, 나는 분실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찾으러 들어갔다.


매일 출퇴근 길 그 길을 지나다니는데, 거기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가운데 하나여서 그런지, 그렇게 정신줄을 놓고 트러블을 만드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먼저 역무실 직원이 출동하여 경찰이 출동하여 상황을 정리할 때까지 더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트러블이 일어난 사람들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역무실에 들어갔다. 역무실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모니터가 많은 상황실처럼, 수많은 CCTV가 오른편 스크린에 보이고 있었고, 왼편의 스크린에는 서울 2호선 노선도에 차량번호가 쓰여 있는 전철 열차의 움직임이 표시되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실용적으로 모니터링할 시각적 요소들은 다 갖추고 있었다. 물론 거기 CCTV가 첩보 영화 속에 CCTV처럼 당긴다고 원하는 만큼 쭉 당겨지는지는 모른다.


아주 오래전에,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의 대표인 나의 친동생이 혼자서 사업할 때, 내가 가끔 가서 아르바이트 식으로 도와줄 때에 하던 일 중 내가 가장 싫어하던 일이, 실용음악연습실의 CCTV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동생 사업장의 CCTV는 가성비의 CCTV도 아니었고, 내가 보기에는 거의 최소한의 기능만 하는 똥 CCTV였다. 자세히 봐야 할 부분이 줌으로 당겨지기는커녕, 몇 배속으로 앞으로 뒤로 돌려볼 때, 원하는 곳으로 필요한 곳으로 잘 가지도 않았다. 어떤 곳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고, 어느 곳은 너무 늦게 움직였다. 사장인 동생은 부정 손님들을 적발하라고 잘 확인하라고 하는데, 내가 CCTV 확인법을 잘 몰라서 그랬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제대로 확인이 불가능한 성능이 저질인 CCTV였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역무실에 CCTV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 그런 최첨단의 CCTV까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문제적 상황의 모니터링이 가능한 충분히 실용적인 CCTV였다.


카드를 분실했다며 내 이름을 이야기했더니, 근무하는 여직원이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서 내 카드를 가져왔고, 나의 폰 번호와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나에게 체크카드를 돌려주었다.


분실신고가 들어오자마자 바로 연락을 해준 카카오뱅크와, 신도림역 역무실에 내 카드를 가져다준 행인과, 내 카드를 돌려준 역무실 직원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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