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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26. 2022

어머니의 칠순 선물


"다함아, 이번 엄마 칠순 선물로 벨기에 여행비 보태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부엌 바닥에 물이 새서 뜯어보니 싱크대가 다 삭아서 싱크대를 새로 하게 되었는데, 바다랑 둘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칠순 선물로 보태주면 좋겠어."


나의 친척 동생이자 작은 아버지 딸이 일 때문에 지금 벨기에에 있다. 부모님은 조카가 벨기에에 있는 이번 봄에 작은 아버지 내외분과 벨기에에 다녀오실까 하셨다. 벨기에 여행 가게 되면 아들 둘이 조금씩 보태달라고 전에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올해가 어머니 칠순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부엌 바닥에 물이 터지고, 어머니께서 시골집 계단에서 구르셔서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등 치명적인 상해는 입지 않으셨으나, 이번 봄에는 해외여행 가실 컨디션을 상실하셨다. 코로나 사태가 심상치 않아 해외여행하시기가 어려우시기도 하고 말이다. 어머니는 칠순 선물로 시골집 싱크대 수리비를 두 아들이 형편 되는 만큼만 보태주었으면 하셨다.


"어머니! 예전에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고 싶다 하셔서 어머니 칠순 선물로 아이패드 벌써 사놓았는데요. 프로들이 쓰는 아이패드 프로보다는 좀 못 미치지만, 그냥 일반 아이패드보다는 좋은, 요즘 사람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아이패드 에어4 사서, 포장 뜯고 앱 깔고 세팅해 놓았는데요."


"아이고. 벨기에 여행비 보태준다고 한 것 아니었어?"


원래 우리 부부가 이번 칠순 생신 때는 어머니 그림 그리고 노년을 재미있게 보내시라고 아이패드를 사드리기로 했다. 아이패드 에어4 WIFI 64G와 갤럭시탭 S7 FE WIFI 128G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원래는 후자 쪽으로 기울었었다.


최종적으로 아이패드 에어4로 결정하게 된 동기는 사용 목적 때문이었다. 어머니 그림 그리시고 노시라고 사드리는 것이라서, 프로크리에이트 앱이 되는 아이패드 에어4를 선택했다. IOS와 안드로이드 둘 다 쓸 수 있는 클립스튜디오나 무료 앱인 오토데스크 스케치북도 괜찮은 앱이지만, 디지털 드로잉은 프로크리에이트지 하고 최종적으로 질렀다.


쿠팡에서 본체를 72만 원 정도에 샀고, 쓸만한 가성비의 펜슬과 케이스를 네이버쇼핑에서 샀다. 웬만한 것은 쿠팡과 네이버쇼핑으로 최저가에 사고, 보호필름만 수원역 힐링쉴드 매장에 나가 전문가의 손길로 저반사 종이질감 필름으로 붙여왔다. 몇몇 인기 유료 앱을 사서 다운로드 받아놓았다. 깔아 놓은 유료 앱 '굿노트'의 유료 서식도 두어 개 깔아놓았다.


"어머니. 아이패드 본체를 인터넷 최저가로 72만 원 정도에 샀고요. 케이스 보호필름 펜 등 액세서리와 유료 프로그램 몇 개 해서 10만 원 정도 플러스해서 이미 세팅해 놓았어요."

"뭐 그렇게 비싼 것을!"

"예전에 언젠가 어머니께서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고 싶다 하셔서요."


어머니께서 나에게는 친척 여동생인 조카들이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것을 보시고, 나도 저거 하고 싶은데 하셨다. 물론 사달라는 것도, 돈 들여 사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도 저거 하면 재밌겠다 생각만 하신 것이었다.


나와 아내는 아이패드 에어4 WIFI 64를 사드릴까 갤럭시탭 S7 FE WIFI 128을 사드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는 벨기에 여행 가게 되면 보태달라고 하셨다. 어머니께서 여행비를 보태달라고 한 것도, 싱크대 수리비를 보태달라고 한 것도, 우리가 아이패드 사는데 쓴 돈만큼 큰 액수를 바라셨던 것은 아니셨다. 칠순이시고 해외여행이든 싱크대 수리든 목돈이 들어가시니까, 형편 되는 대로 많아야 최대 50만 원 정도를 생각하셨던 것 같다.


아내와 상의를 했다. 아이패드는 아이패드고, 다음 달 월급이 나오면 아껴서 싱크대 수리비로 형편 되는 데로 따로 드리는 것을 생각해 보자고 상의했다.


"보자."


아내 에미마의 답변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나는 미래의 일을 아주 오래전부터 설레발을 치고 생각하는 스타일이고, 아내 에미마는 나처럼 미리 고민을 당겨서 많이 하지 않고 때에 따라 하나님의 인도를 받아 그때그때 결정하고 살아가는 스타일이다.


공식적으로는 동생 부부에게는 우리의 아이패드 에어4 선물을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사업 확장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동생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물론, 이 글을 동생 부부가 읽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께서 수원 집에 올라오시면, 아이패드 사용법을 가르쳐 드리기 위해, 밀리의서재와 eBook과 유튜브를 보며 아이패드와 앱 사용법을 공부하고 있다.


간단히 세팅해 놓고, 힐링쉴드 부착점에 가서 종이질감 보호필름 붙여놓고, 포장해 봉인해 놓았기 때문에, 어머니 드리기 전에 미리 연습해  둘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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