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by 최다함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2019년 12월 3일 첫 번째 불합격 이메일을 받았고, 2020년 10월 5일 합격 이메일을 받았다. 기억력이 좋아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열두 번의 실패와 한 번의 성공의 기록이 메일함에 쌓여있기 때문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직업 작가가 되고 싶어서였다. 글을 써서 먹고사는 직업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각성했을 때부터, 온라인 공간에 디지털 퍼스트로 발행하고, 종이책으로 엮어내기로 했다. 특별히 앞서 나갔다기보다, 글로 밥 먹고 사는 작가가 되기로 했던 2015년 봄, 그 시기는 이미 디지털 공간에 글을 쓰는 시대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 봄 조울증에 걸렸다. 13년 반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로 첫 직장생활을 했다. 비정규직이었지만, 8시 반 출근 4시 반 퇴근에 방학도 있는, 근무환경이 괜찮은 나름 좋은 직장이었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조울증이 재발하였고, 경력이 단절되어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가 어렵게 되었다. 조울증으로 방황하다 사회로부터 벗어났지만, 아팠던 이야기를 나누면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고 좋아했다. 전공을 살려 사회로 돌아가기보다, 나의 마음속 이야기를 글로 쓰는 작가로서 사회로 돌아가기로 했다.


2015년 봄 작가가 되기로 했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여름 블로그였다. 그때부터 1일 1 글을 목표로 글을 썼지만, 블로그에는 잡다한 생각을 두서없이 썼을 뿐, 책의 초고가 될만한 양질의 글을 쓰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작가로서의 글은 브런치 작가가 되고 브런치 공간에서만 가능하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블로그와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글을 하나하나 쌓아갔으면 되었을 텐데, 그때는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야 브런치라는 온라인 글쓰기 공간에 작가로서의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가, 브런치 플랫폼의 디자인이 예뻤기 때문은 아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 각종 브런치 공모전이나 출판사로부터의 제안으로 출간 작가와 직업 작가로서의 기회가 올 것을 기대해서만은 아니었다.


브런치 플랫폼 자체가 온라인상에 책을 디지털적으로 발행하는 공간이라 생각했다. 매거진이 잡지이고, 브런치북이 단행본이라고 생각했다. 출판사를 통하여 출간 작가가 되고, 글을 쓰고 책을 내서 먹고살 수 있는 직업 작가가 되는 것은 따라오는 결과라고 생각했다. 아직까지 내가 꿈꾸는 출간 작가나 직업 작가는 되지 못했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내 브런치 가운데 <브런치 글쓰기>에 관한 매거진이 예상 밖으로 반응이 좋았다. 출간 작가도, 베스트셀러 작가도, 직업 작가도, 유명 브런치 작가도, 아직은 아닌데 말이다. 사람들은 성공한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실패한 이야기도 좋아하는가 보다. 브런치 글쓰기에 관한 제 글에 반응이 좋은 것은, 아마도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된 실패에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브런치 앱으로 '제안하기' 알림이 왔다.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인가 기대를 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브런치 작가 도전에 몇 차례 낙방하신 어느 중년 여성 분의 도움 요청 글이었다.


어머니의 칠순 생신 때 아이패드 에어4를 사드렸다. 아이패드로 프로크리에이트 앱으로 그림 그리시며 취미활동 하시라고 사드렸다. 아이패드에 브런치 앱도 깔아드렸다. 지금은 브런치에서 공감이 가는 글을 읽고 그림을 보시고, 나중에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과 글을 브런치에 쓰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브런치 앱을 아이패드에 깔아드렸다.


당신이 브런치 작가가 되기를 응원한다. 내가 꿈꾸는 출간 작가와 베스트셀러 작가와 직업 작가가 당신도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신이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했으면 좋겠다. 당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최고의 글쓰기 플랫폼이 브런치라고 믿는다.


당신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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