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by 최다함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도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딱 10개월 걸렸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내 블로그를 본 연합뉴스TV 방송작가에게서 연락이 왔고, 아내와 다큐에 출연했다. 블로그 이벤트에 글 하나 써서, 네이버포인트 200만 원을 받았다. 밀리의서재 이벤트에서 인스타그램 댓글 하나 달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숙박권을 받아 아내 에미마와 호캉스를 다녀왔다. 외부로부터 글 잘 쓴다는 평가도 듣기도 했고, 스스로도 글을 제법 잘 쓰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쁘고 착한' 소녀가 '아, 저 안 예뻐요.' 하면서도, 본인이 예쁘고 착한 것을 알고 '얼굴값'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보다 글을 못쓰는 분도 브런치 작가가 쉽게 된 것처럼 보였다. 브런치가 계속하여 나를 떨어뜨리니 화가 났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시간이 지나갈수록, 이제는 나 또한 브런치팀의 수질관리가 가져다주는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의 명예를 '야호' 신나게 즐기며 깨춤을 추고 있다만, '브런치 고시'에 계속하여 미끄러질 때 브런치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니가 뭔데 날 차?' '너 없으면 다른 글쓰기 플랫폼이 없을 것 같아?' 하고 날 찬 브런치를 내가 먼저 찼다가, 얼마 안 되어 다시 '도전!'을 외치며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디지털 온라인 플랫폼 기반으로 쓴 글과 책을 들고 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작가의 꿈을 꾸었던 나에게 브런치는, '예쁘고 착한' 글쓰기 책쓰기 플랫폼이었다.


나를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글 잘 쓰는 사람도 브런치에 떨어진다. 그러니, 브런치에 계속 떨어진다고 하여, 글을 못 쓴다고 자책을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 이유 없이 브런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카카오 브런치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작가선정 기준이 없을 리 없다. 분명한 것은, 브런치 작가 선정 기준이 글을 잘 쓰냐 못 쓰느냐에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브런치 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고, 브런치 작가 중 글 잘 쓰는 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글 잘 쓰는 자체가 브런치 작가 선정의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심사를 통해 '브런치 작가'를 선정하는 것이지, '작가'를 선발하여 모시는 것이 아니지 싶다.



항상 공식입장과 실제 사이 간극을 느끼지만, '카더라' 보다는 '공식입장'에 먼저 귀 기울이는 것이 교양인과 지성인의 바람직한 자세이다. 브런치 내부 검색이나 네이버 구글 검색 등에도 브런치 작가 신청에 대한 많은 썰들이 있지만, 브런치팀에서 작성한 공식적인 '브런치 작가 신청 안내'가 있고, 그 안에는 작가 심사 기준이 적혀 있다. 물론,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기 이전에, 이 공식 심사 기준을 보고 이대로 한 것은 니다.


브런치가 받고 있는 신청 내용은 '작가가 누구인지', '어떤 활동을 하려고 하는지'라고 합니다. '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경험이 있는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전달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이것이 브런치가 작가에 대하여 검토하는 기준이다. '보여줄 활동 계획'과 '첨부한 글'도 주요하게 검토한다고 밝힌다. '활동 계획'은 발행할 글의 주제 소재 목차를 구체적으로 기록하라고 한다. 첨부한 글이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심사 기준을 읽고 난 후에 깨닫는 바는, 첨부한 글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자기소개' 란에 드러난 '작가 소개'라는 것이다. 쓴 글을 선정 검토 시 가장 중요한 자료로 보겠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고, '자기소개' 란을 통하여 나타난 작가에서 1) 출간 경험 2)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 3) 좋은 이야기를 전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활동 계획'과 '작성 글'도 읽어보지 않고 파일을 덮어버릴 각이다. 원칙적으로 가장 중요한 작가 선정의 기준은 '글'이지만, '작가'로서의 화제성이 없으면, 그 이후에 제출 문서는 읽히지도 않을 것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자들이 알아야 할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브런치 작가 심사진'은 대기업 카카오 브런치 직원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제출한 서류를 당연히 자세히 보지 않을 것이다. 신청서 열어서 작가 소개를 1초 만에 눈으로 훑어보고, 작가로서 화제성이 없으면, 그냥 스킵해 버릴 것이다. 그러니 브런치 작가 지망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글'이 아니라, '작가 소개' 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작가 소개'라는 것은 내가 어찌한다고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유무형의 사회적 성취와 스펙이 있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게 안 되는 사람은 글을 제 아무리 잘 써도 안 된다. 글을 제 아무리 잘 쓰고, 글의 주제 소재 목차를 잘 구조화해도, 심사진의 클릭이 거기까지 넘어가야지 일이 이루어지는데, 넘어가지 않으니 될 일이 없다. 남녀가 뭘 해야지 얼라가 생기지, 뭘 안 했는데 얼라가 생길리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아무것도 내세울 만한 성취와 스펙이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자신의 스토리와 글의 내용과 글의 주제 소재 목차의 구조를 통하여, 저만의 작가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만년 백수로서 내세울 성취와 스펙이 없으면, 작가인 저를 '만년 백수'의 원형으로 캐릭터화시켜서, 만년 백수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쓰면 된다. 평범한 백수는 안 된다. 낮에는 대기업 다니고 밤에는 글 쓰는 '엄친아' '엄친아' 이상으로 '백수' '백조'로서의 삶의 고달픈 애환으로부터 나오는 작가로서의 화재성이 보여야 한다.


100번 넘게 브런치 작가를 떨어졌는데, 계속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당신이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떨어지고 떨어진다고, 불쌍하다고 옜다하고 붙여주는, 브런치팀이 아니다. 당신에게 작가로서의 화제성과 매력이 없으면, 아무리 글을 쓰고 노력을 하고 도전해도 말짱 황이다. 절대 불가다. 아무리 해도 안 된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브런치에 100번 떨어지고도 101번째 도전하는 내용의 글을 쓰고, 그 내용으로 주제와 소재와 목차로 구조화하고, 100번 떨어지고도 101번째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는 캐릭터로서 작가의 화재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회적 성취와 스펙이 없어 제 아무리 글을 잘 써도, 당신이 작가 김영하도 아니고, 엄친아 엄친딸과 승부해 이길 작가성이 없다. 안 될 때는 무조건 돌진하기보다, 한 발자국 물러나 내가 왜 안 되는지 냉정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보다 더 근본적인 정답은 하나 있다. 브런치가 날 붙이던지 떨어뜨리던지 일희일비하지 않고,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쓰고 싶은 글을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것이다. 글이 어느 정도 쌓이면 여기서 주제 소재 목차를 구조화시켜서 '활동 계획' 글을 쓴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놓았던 수많은 글들 중에 활동 계획 목차에 들어가면서 제일 잘 쓴 글 세 개를 뽑아서 첨부 글로 선택하고, 활동 계획 안에 글의 구조 목차와 내가 쓴 글에서 보이는 작가를 맛깔나게 작가 소개로 이야기를 푼다. 그래서 안 되면 일희일비하지 않고 글을 차곡차곡 또 쌓아가다가 며칠 후 또 내면 된다. 될 때까지 하면 된다.


장기 브런치 작가 도전자가 놓치는 한 가지가 있다. 너무 브런치 작가 승인에 목을 매다 보니까, 주구장창 첨부 글 세 개를 쓰며 돌고 돌고 있는 것이다. 떨어지던 붙던 브런치의 속도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브런치 서랍에 나의 글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작가로서 성장하면 된다.


브런치 작가 심사에 승인이 되어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 끝이 아니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그때까지 발행할 만한 글이 딱 세 개이면, 그때부터가 또 고난의 시작이다. 떨어지고 붙고 와 상관없이 쌓아 놓은 글이 있는 사람은, 거기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사람과 그 사람이 출발점이 같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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