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는 법

by 최다함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 블로그에 글을 썼다. 지금까지 블로그에 쌓인 글이 618개인데(이 글을 쓴 당시 기준), 첫 글이 2019년 8월 18일로 되어있다. 블로그가 한 번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수도 없이 썼다 지웠다 초기화를 반복하다, 그 시점부터 지금의 블로그를 시작했다. <버스 여행>이란 제목의 글이, 블로그에 쌓여있는 최초의 글이다. 그 이전에도 많은 글을 썼으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남은 첫 글이다.



블로그에 글을 쓴 지 2개월 만에, 내 블로그를 인상 깊게 본 방송작가에게 전화가 와서, 연합뉴스TV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2019년 12월, <소원을말해봐>라는 블로그 이벤트에, <네팔에서 한 달 살기>라는 글을 응모하여, 1등 Best of the Best로 선정되었다. 네이버포인트 200만 원을 받았다. 소원을 쓰면 소원지원금 200만 원을 현금으로 준다는 줄 알고, 당선되려는 목적으로 1000만 원 이상의 스케일의 소원 글을 써서 당선이 되었는데, 네이버쇼핑에서 쓸 수 있는 사이버 머니인 네이버포인트 200만 원을 받았다. 현금 200만 원은 아니고, 네이버포인트 200만 원이었다.




2019년 12월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통하여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는 성취를 이루었고, ㄴ나 글을 좋아하는 구독자들도 있고 해서, 저는 어렵지 않게 브런치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9년 12월부터 시작하여 10개월 동안 12번 떨어지고 13번째 합격했다. 나보다 더 오랜 기간의 도전으로 승인되신 브런치 작가님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나저 정도면 많은 횟수 떨어지고 붙은 작가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도전하면 브런치 심사 에디터가 연민으로 붙여 준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느낀 브런치 심사진은 연민이 없다. 브런치 자체 기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끝까지 떨어 뜨린다. 브런치 자체 기준이라는 것이, 꼭 글 잘 쓰는 사람은 붙고 못 쓰는 사람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만 저처럼 떨어지고 계속 도전하시는 분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은 85번 떨어지고 86번째 합격하신 브런치 작가님도 계시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작가 심사에서 떨어졌을 때, 내가 왜 떨어졌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 분석해 보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자세이지만, 브런치 작가 심사에 몇 차례 떨어졌다고 하여, 글을 못 쓴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신 분은 저마다 그 이유가 있어서 합격한 것이겠지만, 나보다 글을 못 쓰시는 분도 쉽게 브런치 작가가 되기도 하고, 나보다 글을 잘 쓰시는 분도 어렵게 브런치 작가가 되기도 한다.


브런치 심사 스태프를 탓하는 것도 아니다. 브런치의 심사기준이 있는데, 그 심사기준이 출판사의 투고 작품에 대한 심사기준과는 결이 좀 다르다. 심사기준 면에서 브런치의 마음은 여자의 마음처럼 알 수는 없지만, 공식 입장에서 유추해 본다.


브런치 작가에 떨어졌을 때 오는 메일에 '보내주신 신청 내용만으로는 브런치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시리라 판단하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모시지 못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있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 이전에, 브런치 작가 신청 페이지에서 작가 소개와 브런치 활동 계획과 그동안 쓸 글에 대한 자료 첨부 그리고 활동 중인 SNS나 홈페이지를 통하여, 브런치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리라 판단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글을 잘 써도 떨어진다. 브런치를 통하여 출간 기회가 오지만 그것은 그 후에 이야기다. 브런치 작가 신청 페이지를 통하여, 브런치의 매거진과 브런치북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리라는 판단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판단의 기준이 상당히 주관적인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이미 브런치 작가가 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브런치팀에 아무 불만이 없지만, 수도 없이 떨어질 때는 떨어질 때마다 분노조절이 되지 않았다. 세상에 글 쓸 수 있는 데가 브런치 밖에 없나 하는 생각도 들며 브런치 도전을 수차례 포기했다. 포기하고 돌아서서 며칠 있으면, 다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서 살아났다.

브런치팀의 공식적인 입장 페이지에 가서 힌트를 찾아보았다. 1. 작가가 누구인지 브런치에서 어떤 활동을 하려는지에 대한 소개 글 속에서 1) 출간 경험이 있는지, 2) 특정 분야에 전문성일 갖고 있는지, 3) 전달할 좋은 이야기가 있는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작가가 직업이 없는 백수라면, 백수로서의 전문성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백수와 유사한 브런치 작가 지망생은, 백수로서의 작가 소개와 백수로서의 전문성을 어필하면 된다. 브런치에서 요구하는 전문성이라고 해서, 변호사 의사 교수 작가 등 전문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자기 만의 분야가 있어야 한다. 브런치는 주로 에세이에 최적화된 플랫폼인데, 작가의 사사로운 삶과 작가의 전문성이 연결이 되어야 한다.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붙은 저는 짝사랑 실패 전문성, 20년 가까운 조울증 환자로서의 전문성, 상사병과 조울증으로 사회에서 낙오하여 사회 부적응자로서의 전문성,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한 것으로서의 전문성, 사랑을 쫒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 끝에서 최고의 사랑 아내를 만난 전문성, 이런 것을 나는 살렸다. 신청서와 첨부한 글 가운데서 작가의 개성이 보여야 한다. 개성적인 사람만이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고, 나란 인물을 글을 통하여 개성적으로 PR을 해야 한다.


세상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쓰는 사람이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비슷한 의미다.


자기소개에서는 세상에 하나뿐인 작가가 보여야 하고, 활동계획에서는 그런 작가가 모습이 묻어 나오는 글의 주제 소재 목차의 구조가 보여야 한다. 자기소개, 활동 계획, 작성 글 등을 통하여, 브런치 작가가 되면 브런치에 지속적으로 양질의 글을 쓸 수 있는지를 보는 것 같다.



경험 상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브런치에서 브런치 작가에게 대단히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와 책 쓰기의 탁월한 사람이라고 해서, 쉽게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에 서투른 사람이라고 해서 브런치 작가가 되기 어려운 것 또한 아니다.


브런치는 브런치를 통하여 브런치 작가에게 출간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주지만, 브런치가 모든 브런치 작가에게 그렇게 돼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부분의 브런치 작가에게 그런 경지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작가의 삶이 드러나는 글과 감성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쓸 수 있는 브런치 작가를 바란다. 그 수많은 브런치 작가 가운데 소수의 작가들이 출간 작가로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성장해 주기를 바란다.


너무 쫄 필요도 없지만,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을 때까지는, 브런치가 어떤 작가를 원하냐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브런치 입장에서 브런치 자체가 디지털 출판 플랫폼이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나 브런치를 통하여 출판사들이 작가에게 개인적으로 컨택하는 것은 그다음 부차적인 이야기다. 브런치 입장에서 작가의 서랍은 작가가 글을 쓰는 노트이고, 매거진은 잡지이고, 브런치북은 단행본이다. 그 자체로는 아무 돈이 안 된다는 것뿐이지, 그 자체로 디지털 출판 플랫폼이다.


브런치 작가로서 자신의 캐릭터를 잡아서 신청서의 자기소개와 활동계획과 작성글을 통해 보여 주어야 한다. 활동계획에서 한 권의 책이나, 작가가 쓸 글들의 주제 소재 목차 등 구조가 보여야 한다. 작성글을 통하여 브런치에서 지속적으로 양질의 글을 쓰며 브런치 작가로서의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보여야 한다.


기성 출판사의 출간 작가로서의 자격을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브런치 작가로서의 자격을 심사하는 것이다. 저 또한 브런치의 공식입장과 합격 승인된 브런치 작가의 글을 통해서 유추해 보는 것이지, 브런치 작가 승인 심사진의 속 마음은 알 수 없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으신데 그게 잘 안 되시는 분을 위한 팁을 드리자면, 심사를 위해서 최대 3개의 작성글을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쓰면서, 떨어질 때마다 고쳐 간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자신의 글들을 브런치 작가가 되는 순간까지 작가의 서랍에 쌓아 갔으면 좋겠다. 떨어질 때마다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 돌아보고 글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 점검해 보고 여러 시도를 해 보는 것은 좋은 태도다. 그러나, 언제 브런치 작가가 될지도 모르는데, 브런치 작가 등단을 위한 글만 고쳐가며 쓰지 마시고, 작가의 서랍의 본인의 글을 당선되는 그날까지 쌓아가는 게 좋지 싶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쓴 글들을 요약해서 작가 신청 페이지의 작가 소개와 활동계획과 작성글을 써서 제출하면 좋지 싶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끝이 아니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작가의 서랍에 쌓아 둔 글이 많으면, 그것을 매거진과 브런치로 그대로 발행하면 되기 때문에,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 쉬어진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 제대로 된 글을 써도 되지만, 브런치 작가가 막 될 때 즈음 출판 프로젝트 같은 공모전이나 이벤트가 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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