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Mar 01. 2022

글이 써지지 않던 날들을 위한 변명


한동안 글을 못 썼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영감이 오지 않더라도 앉아서 글을 써야 영감이 온다고, 머리로서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글을 써야 한다 생각해고, 글을 쓰고 싶었지만, 글이 써지지 않았다.



유튜브 보고, 넷플릭스 보고, 게임을 했다. 내가 하는 게임은, 내 나이 또래들이 주로 하는 게임은 아니고, '그림 맞추기' 등 특별히 배우지 않고 할 수 있는 게임이다.


블로그 기록을 찾아보니, 3주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쓰지 않는 3주 동안에도, 글을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했다. 그런 생각만 했다.


대부분의 브런치 작가들처럼 나도 회사에 다니며 글을 쓰고 있다. 회사 일에 바빠서 글을 못 썼다기보다는, 글에 대한 슬럼프가 왔다기보다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니, 회사 끝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음악 듣고, 게임하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보고, 그렇게 시간을 죽이는 일들에 중독되어 갔다. 내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보이는 방식인가 보다. 억지로 해야 하는 일 빼고는, 나의 동굴로 들어가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죽였다.


글이 안 써지는 때도 글을 써야 한다. 그렇지만, 글이 안 써지는데 어떡할 방법이 없다. 글이 안 써질 때도, 글을 쓰면 또 써지지만, 글 쓰기보다, 놀고 싶고, 쉬고 싶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런 순간에도 글을 써야 하는 게 운명이지만, 글이 쓰고 싶지 않을 때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것도 일종의 낮은 단계의 우울증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꼭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글이란 것은, 작가의 삶은,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하는 의무는 없다. 내가 쓰고 싶을 때 쓰면 된다. 언젠가 다시 글이 쓰고 싶어질 때가 올 것이라고 믿고, 글을 쓰고 싶은 날을 기다려도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북 AI 클래스 프로젝트에 일찌감치 응모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