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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r 16. 2022

코로나 휴가 중에도 해야 할 일이 있다

회사 대표의 직원이면서, 동생의 형이라

코로나로 홀쭉해지고, 다크서클 생긴 아들 요한이


코로나 확진 후 나는 1주일 무급휴가를 쓰기로 했다. 먼저 코로나에 걸렸던 다른 회사 직원은 자택 근무를 했다. 자택 근무를 하면서 격리를 해도, 국가로부터 생활지원금은 별도로 받을 수 있나 보다. 회사에서 유급휴가를 주었을 때만, 정부에서 환자가 아니라 회사에게 지원금을 주는가 보다.


대표인 동생이 어떻게 할까 전화가 왔다. 내가 먼저 무급휴가로 하자고 했다. 동생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대표인 동생도 무급휴가를 썼고, 아직 회사가 초창기라서 수익이 나오는 게 아니라서, 회사에 부담이 없게 하는 방향으로 하자고 했다. 나 또한 몸이 아픈 상태에서, 몸이 아픈 아내와 아들을 돌보는 상황에서, 집에서 일하기 어렵고 말이다. 코로나 걸린 김에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최근 쉬지 않고 달려와서 번아웃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도 정신적인 쉼이 필요하기도 했고 말이다. 1주일 무급휴가로 빠지는 월급은, 대신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지원금으로 퉁치기로 했다. 코로나 생활지원금은 바로 나오지는 않는데, 딱 우리 가족까지 확진일까지 기존의 기준으로 생활지원금이 나오고, 그 이후로는 상당히 적은 액수로 줄어들게 되었다.


대신, 회사에 내가 없이는 안 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내가 꼭 해야 하는 서류 작업이나, 정부지원사업 지원서 작성이나, 매일 발송하는 우편물의 주소 라벨 만들기 정도, 내가 꼭 해야 하는 것만 집에서 하기로 했다.


평소에 몇 건 들어오지 않던 회사에서 발송하는 우편물이, 마침 내가 쉬고 있는 오늘 쏟아지듯 들어왔다. 사실, 많이 들어와야 하는 게 정상이고 좋은 것이다. 그동안 안 들어왔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동생에게 대표님이라 부르고 서로 존대하고, 직원들에게 우리의 사적인 관계를 노출하지 않지만(직원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지만), 동생 회사에 고용된 직원이면서도, 동생의 회사인 가족회사이기도 하다.


원래, 초창기에는 사장이 제일 못 벌고, 그다음 가족이 못 벌고 그렇다. 그래도 나는 직원이라서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많이 받는 선에서는 받는다. 직원들은 회사가 잘 되나 못 되나 계약대로 능력대로 성과대로 받는 것이다. 물론 회사가 잘 되면, 직원들의 복지와, 유능한 직원들과 오래 함께 하기 위해서, 직원들에게도 성과를 분배하겠지만 말이다. 회사가 잘 되면 나에게는 직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형으로서 또 창업 멤버로서 보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동생에게는 굴뚝 같이 있지 말이다. 물론, 나는 그때까지 회사에서 남아있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작가로서 수입이 생겨 생활이 가능하면, 집에서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하고 그렇게 작가로서 살고 싶다. 그렇지만, 그게 언제 될지도 알 수 없으며, 그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동생 회사 잘 다녀야 한다.


동생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형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은 마음으로 고용한 것도 있지만, 함께 일해보니 내가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이기는 한 것 같다.


동생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앱을 만드는 것이다. 주차 관련 앱을 만들고 있다. 앱 가입회원 중 주차 스티커를 신청한 고객에게 NFC 주차 스티커를 무료로 보내드린다. 평소에는 내가 다 해서 보내는데, 오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집에 있기 때문에, 라벨용지 규격 포맷으로 파일을 만들어 보내면 대표인 동생이 출력해 보낸다.


평소에는 몇 명 정도 거나 아예 없는 날도 더 많은데, 오늘은 거의 70명 이상이 어제오늘 사이에 주차 스티커를 신청했나 보다.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이벤트를 하는데, 그 이벤트 효과인지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다른 직원들보다 더 적은 돈을 받고, 더 많은 일을 하지만, 또 그게 그것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경제력이 되는 동생 부부가 우리 부부에게 월급 외로 금전적으로 많이 도움을 준다. 아들 요한이 유모차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돈으로 또는 물질로 월급 조금 더 받는 것보다 훨씬 이상으로 많이 도와준다. 아내의 고향 네팔이 코로나 초기 락다운으로 어려울 때, 동생 부부가 돈을 좀 줘서 아내 부모님 계시는 고향으로 보내서 고향의 어려운 분들께 나누어 드리기도 하고 말이다.


동생 회사가 그동안 동생 1인 회사로 운영하며 내가 간간히 비정기적으로 알바를 하다가, 작년부터 주식회사 법인이 되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배달도 하는 돈가스 레스토랑은 제법 장사가 되고, 공유 오피스도 손님이 빠지면 바로 들어오고 그래서 만실인데, 주력으로 하는 앱 개발 사업은 초기 몇 년 동안은 수익은 없고 인건비 등 지출만 있는 것이다. 투자 유치와 수익 창출 이전에, 정부지원 사업을 따서 그 사이를 매워보려 하고 있다. 정부지원사업에 신청하게 되면, 지원서류 작성 일을 매니저인 내가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직원인 내가 회사와 사업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 대표에게 물어가면서 작성해야 한다.


동생과 서로 도우며 산다. 나는 가능하면 빨리 회사를 떠나고 싶은 것이, 하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서이고, 둘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내가 회사에서 필요한 존재라는 것과 상관없이 지금 회사의 일에서 나는 스트레스를 미칠 만큼 많이 받고 있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 그렇지만, 미칠 만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지만,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따 먹기 위해 회사에 다니는 게 어른의 삶이다. 나 혼자만 그런 것은 아니고, 나 외에 많은 직장인들이 그러할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브런치 작가님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도, 투고 안 하고 브런치에 글만 써서 출판사에서 청탁이 와 여러 권의 책을 썼어도, 회사를 떠날 생각이 없으시다. 대기업에서 회사 잘 다니고 계시고, 대기업에서 나중에 임원이 되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로서 뿐 아니라, 대기업 직원으로서도, 그분은 행복하시기 때문에 작가로서 회사원으로 병행하여 사신다.


나는 동생 스타트업이 대성공하여 거기에서 내가 상당한 보상을 받고, 성공한 스타트업의 임원이 된다고 할지라도, 작가로서 세 식구의 기본적인 삶이 가능할 정도 이상의 소득을 얻으면, 회사 박차고 나올 것이다. 부모님은 논산 시골집에서 살고 있고, 우리는 부모님 집에서 살면서, 부모님께 월세 대신 용돈 월 20만 원씩 보내드리고 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기본적인 삶이 가능한 정도 이상의 소독은 월 200만 원 또는 연봉 2500만 원 정도이다. 물론, 내 꿈은 내가 쓴 책 가운데 한 권이 200만 권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다. 책 한 권이 200만 권 넘게 팔리면, 꾸준히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도 작가의 유명세로 다른 책도 덩달아 어느 정도 팔리고, 계속 쉬지 않고 책을 써가면 인세 받아가며, 강연 다니면서 회사 다니는 것보다 더 괜찮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으니, 억지로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회사 대표인 동생에게는 고맙지만, 행복해서 즐거워서 회사에 다니는 것은 아니다. 어쩔 도리가 없으니,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게 아주 잠시가 될지, 몇 년이 될지, 아니면 평생이 될지, 알 수가 없다.


평소에 하던 일 중, 평소에는 몇 건 들어오지 않던 일이, 오늘 하루에 70건 가까이 몰려 들어왔다. 그 일 하나를 처리하는 데에만 거의 반나절 이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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