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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pr 01. 2022

오늘은 만우절, 거짓말하는 날

"오빠, 오늘 앤티가 수원에 오신데요. 나 수원역에 가서 앤티 만나고 올까?"

"그래. 요한이 데리고 택시 타고 가면 유모차 택시에 넣어야 하고 복잡하니까. 요한이 안고 버스 타."


아내 에미마가 앤티 이모라 부르는 분은 나와 에미마를 소개해 주신 한국 분이시다. 오래도록 네팔에서 비즈니스와 봉사를 하시며 살고 계시고, 에미마가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올라오면서 정신적인 어머니처럼 생각하는 분이다. 딸이 다음 주 한국에서 결혼을 하여, 잠시 한국에 나와 계신다. 수원역은 우리 집 앞에서 버스 타고 두 정거장이면 간다. 우리 집은 화서역 권역이지만, 화서역은 걸어서 10분이고, 수원역은 버스만 바로 타면 버스로 5분 거리다.


"버스 타기 어려우면 카카오 택시 불러서 수원역 가고. 그런데 앤티가 집으로 안 오시고? 수원역에서 만나기로 했어?"

"오빠. 오늘 거짓말하는 날이잖아."


오늘은 만우절이다. 사실, 만우절 거짓말은 아내 에미마가 먼저 시작한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시작했다. 오늘은 방배 음악 연습실을 정리하고, 신촌의 회사로 들어가는 날이다. 방배 지점을 정리하고, 아내 에미마에게 전화를 했다.


"에미마. 오빠 지금 방배 일 끝났는데. 회사로 안 들어가고. 지금 퇴근해서 집으로 가려고."

"왜? 회사 가."

"오늘 4월 1일이야. 거짓말하는 날. 알아?"

"알지."

"네팔에도 거짓말하는 날 있지."

"네팔에도 있지. 네팔도 오늘이 거짓말하는 날이야."


나는 가끔 우리나라와 네팔의 문화 차이에 대한 궁금증을 아내 에미마에게 묻는다. '한국에는 이런 거 있는데, 네팔에도 이런 거 있어?' 이렇게 말이다. 내가 그렇게 물어보는 것은 네팔 문화를 우리 문화보다 하류 문화로 비교해서 보아서는 전혀 아니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네팔보다 좀 잘 살고, 네팔이 우리보다 좀 더 여유롭게 행복할 뿐이다. 여기도 거기도 나름의 모순을 가지고 있고 말이다. 나는 단지 그냥 순수하게 우리와 네팔의 다른 문화가 궁금할 뿐이다. 그렇지만, 사실 그런 질문은 그다지 좋은 질문은 아니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내가 먼저 아내에게 전화해 거짓말을 했고, 아내가 나에게 전화해서 거짓말을 했다. 1 대 1이다.


하긴, 수원역이 가깝다고 해도, 아내가 아들 요한이랑 둘이 있는데, 아들 요한이를 데리고 수원역에 갈 리가 없다. 앤티 이모님께서 에미마와 만나고 싶으시면, 지난번에 한 번 우리 집에 온 적도 있으시고, 우리 집으로 오시면 되는데 말이다. 아내가 갑자기 전화해서 평소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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