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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24. 2022

나의 참새방앗간 합정역 교보문고에서

<내일 엄마가 죽는다면>, 강성화, 봄름


신촌 회사에서 수원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 합정역에서 내렸다. 합정역에 있는 나의 참새방앗간은 교보문고 합정점이다. 집에서는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가 목을 빼고 나를 기다리지만, 나는 퇴근 후 바로 집에 들어오는 착한 남자는 아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돌아서 집으로 돌아간다. 내가 회사에서 집으로 가는 길 잠시 찍고 가는 스팟 중 하나가 합정역 교보문고이다. 물론, 아내 에미마에게 공식적으로는 회사가 늦게 끝난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모든 사람이 상대방을 속이려는 사악한 마음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말과 행동과 생각이 상대방의 눈높이와 기준에 이를 능력이 되지 못할 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공부할 마음의 능력과 의지가 없는 아이에게 어머니가 공부했냐 물으면 딴짓하고 공부했다고 거짓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냥 서점 갔다 왔다 하면 되는데, 내가 아내와 아들에게로 빨리 오지 않고 서점에 들렀다 하면, 아내 심기가 편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내가 서점에 잠시 들르는 시간은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사실관계의 약간의 시간차가 있는데, 이미 합정역에 내려 교보문고로 향하고 있을 때, 지금 신촌 회사에서 일 정리하고 퇴근 준비 중이라고 둘러댔다. 나는 퇴근 후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많이는 아니고 딱 30분 정도 돌아서 집에 들어가는 그런 남자이다.


아주 오래전에는 책을 많이 샀지만, 한동안 책을 사지 않았다. 밀리의 서재를 보거나, 서평단을 신청해서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독서량이 줄었다. 넷플릭스 유튜브 인터넷 등 세상에 보고 들을 것도 많고 나 또한 시간도 돈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다시 책을 사는 양이 늘었다. 작가의 꿈을 꾸게 되면서, 책 내용 자체뿐 아니라, 책의 물리적 형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어떻게 책을 찍어내서 나도 저기 서가에 내 책을 올려놓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다시 책을 하나 둘 사게 된다.



오늘은 마음에 가는 책이 있었다.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저자를 확인하니, 내가 구독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님이었다. 반가웠다. 브런치 초원의빛 작가님께서 지으신 신간이다. 제목이 <내일 엄마가 죽는다면>인데, 작가가 결국 큰 병은 아니었지만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만약에 예기치 않게 딸을 남겨두고 먼저 남겨두게 되면 딸을 지켜줄 유언 같은 편지를 남긴 글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 책을 다 읽은 것도 아니고, 언제 다 읽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표지와 디자인만 보고 드문드문 보고 말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요한이에게 쓰는 같은 콘셉트의 편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 어떤 작가님의 어른의 동화 읽기 관련 강의를 들으면서 나도 요한이를 위한 동화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소설이든 동화든 아직 내게는 픽션을 쓸 역량이 되지 않는다. 아직은 나에게 욕심이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에세이고, 아들 요한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에세이다. 멀지 않은 때에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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