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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30. 2022

더 이상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과 영화인들에게는 유감스러운 소식이겠지만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은,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영화관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영화인들은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 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결혼 전 총각 시절엔 영화관에 자주 갔다. 돈이 있으면 한 주에 한 번씩도 갔다. 애인도 친구도 없었기 때문에 혼자 놀았다. 혼자 수원역 CGV에 갔다가, 혼자 근처 순대국 집에서 맥주나 막걸리를 반주 삼아 순대국밥을 먹고, 혼자 근처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어떤 날은 혼자 수원역 북스리브로에서 책 구경을 하기도 했다.


결혼 후 더 이상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 아내 에미마와 네팔에서 신혼생활을 할 때, 아내가 나를 데리고 네팔 영화관에 데리고 간 적도 몇 번 있고, 아내가 영화관에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내가 일상생활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한국어를 훌륭히 잘 하지만, 한국어로 영화를 이해하고 재미를 즐기기는 너무 어렵다.



케이블 TV, 유튜브, 넷플릭스가 있기 때문에, 나 또한 더 이상 영화관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화장실에 자주 가는 나는, 영화관에 가도 몇 번씩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영화관에 같이 가기가 어렵기도 하다. 아들 요한이가 생긴 후에는 더더욱 그렇고 말이다.


결혼 후에는 회사 갈 때를 제외하고는, 혼자 놀지도 않고, 혼자 놀 필요도 없고, 혼자 놀게도 놔두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극장에 가지 않는다. 술 안 마시는 아내와 결혼한 이후로, 반주로 술 한 잔도 하지 않는다.



주로 집에서 해 먹고, 가끔 배달시켜 먹거나 밖에 나가 먹는다. 주로 아메리카노 2000원 하는 동네 카페에 가고, 어쩌다 스타벅스도 간다. 주로 순대국이나 뼈해장국을 먹고, 어쩌다 빕스나 네팔 식당에 간다. 네팔 식당도 주로나 종종이 아닌 어쩌다 인 것은, 네팔 식당이 싸지 않아서 내가 가자고 해도 아내가 꺼린다. 혼자 놀던 결혼 전과 달리, 결혼 후에는 아내와 같이 다니고, 지금은 아들 요한이랑 셋이 같이 다닌다. 요한이가 처음 태어나고 한창은 집에서만 지냈는데, 요한이도 좀 크고 코로나 거리두기도 느슨해진 지금은 아들과 셋이서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박찬욱 감독과 영화인들에게는 통탄할 소식이겠지만, 나는 더 이상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 더 이상 혼자 놀지도 않고,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가 영화관에 갈 생각도 없지만, 나 자체도 더 이상 영화관에 가고 싶은 욕구가 내 안에 한 줌도 남아있지 않다. 물론,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 보는데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제는 주로 넷플릭스로 보고, 어쩌다 KT IPTV 올레tv에서 결제해서 본다. 더 이상 영화관에 가지 않을 뿐, 다른 곳에서 다를 방식으로 본다.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전철이나 길에서 이동 중에 보기도 한다.



아들 요한이가 조금 더 커서, 아빠 엄마의 손을 끌고 영화관에 가는 그날까지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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