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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ug 01. 2022

버거가 안 되면 어떻게 하란 거지?

작고 기특한 불행


"버거가 안 되면 어떻게 하란 거지?"

나보다 한 발 앞서 있던 여자의 혼잣말이다. 나뿐 아닌 주변의 모두에게 들렸을 여자의 혼잣말에 섞여있던 것은 분노도 짜증도 아니었다. 여자의 목구멍에서 소리의 옷을 입고 튀어나온 감정은 멘붕 내지는 당혹스러움이었다.

여자의 혼잣말에 나는 공감했. 아주 절실히...

'내 말이...'

우리가 있던 거기가 맥도날드였기 때문이다.


"손님, 버거는 안 되고요. 음료만 주문 가능하세요."

키오스크 앞에서 빅맥세트를 시키기 위해 카톡으로 나에게 선물하기를 하고 있중이었다. 월급이 통장에 꽂히면 급한 공과금 불 끄고 아내 에미마에게 토스하고, 필요하면 아내 카드를 쓰거나 핸드폰 소액결제로 나에게 선물하기를 한다. 그렇게 카톡 모바일 교환권으로 버거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책도 산다. 그런데 다른데도 아니고 맥도날드에서 버거가 안 된다니.

맥도날드 직원이 무슨 이유로 버거는 안 되고 음료만 된다고 말했는데, 나는 잘 알아먹지 못했다. 카페를 창업해보니 경쟁상대가 스타벅스나 메가커피가 아니라 맥도날드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맥도날드에서 버거뿐 아니라 커피도 잘 팔리나 보다.


사실 퇴근길 맥도날드를 가려고 신도림역을 빠져나온 것은 아니었다. 신도림역 교보문고에 가는 길에 맥도날드가 있었고, 나는 도시의 한 마리 굶주리고 허기진 하이에나였다. 나의 다음 달 통신료를 약탈해 빅맥세트 하나 먹으려 했던 것인데.



지난번에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오지윤 작가의 수상작 『︎작고 기특한 불행』︎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샀다. 사기 전에는 몰랐는데, 사고 보니 정말 읽고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는데, 집에 분명 가지고 간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광화문은 멀고, 합정은 사은품 브런치 마우스패드를 안 주어서, 사은품을 주는 신도림으로 다시 사러 갔다.

물론 여기서도 카톡 교보문고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해 내 교보문고 카드에 충전한다. 책 한 권이 만 원에서 이만 원 사이이니 이만 원 짜리 상품권이 있으면 좋은데, 만 원과 삼만 원 상품권만 있다. 만 원 짜리 두 개를 구매하면 되는데 번거로워서, 어차피 교보문고 카드에 충전해두면 다음에 쓸 수 있으니 삼만 원 짜리를 구매해 충전한다.


그렇게 구매한 책 이름이 『︎작고 기특한 불행』인데, 꼭 오늘 저녁 나의 에피소드를 상징하는 표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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